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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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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까지 세계 5대 문화 콘테츠 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 23일 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문화부문 대선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21세기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정책 이슈 대토론회’가 열린다. 이 토론회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한다. 총선 이후 문화 분야의 국정개혁 과제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정부도 영화, 공연, 게임, 기초예술 등 문화산업 콘텐츠 진흥을 위해 매년 수천억 원을 투자해 왔다. 그러나 현재 한국 영화와 음반 산업은 시스템 붕괴 위기를 맞고 있으며 한동안 뜨거웠던 해외 한류 바람도 식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특정 이념에 편중된 인사들이 문화계 곳곳에서 권력을 장악하면서 문화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살아나지 못했다”며 “예술가의 역량보다 정치적 ‘코드’ 위주로 지원돼 온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은숙 국립오페라단장 사의 등 대거 교체 바람
문화계 “현 공모제 개선, 추천제 도입 검토해볼만”
‘코드’따라 춤추는 기금 지원제도 개선될지 관심
○ 문화계 기관장 교체 바람
유 장관의 이 발언 이후 오히려 코드 인사로 보기 어려운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 신현택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 장명호 국제교류재단(아리랑TV) 사장, 윤형식 한국정책방송(KTV) 사장, 정재왈 서울예술단 이사장 등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문화예술계 공공기관장들의 사표가 이어졌다. 이 중 오지철 사장의 사표는 반려됐으나 신현택 사장의 사표는 18일 수리됐다. 같은 날 정은숙 국립오페라단 단장도 지난해 말 발생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화재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문화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14일에는 정순균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15일엔 국정홍보처 출신으로 문화부에서 대기발령을 받은 상태였던 안영배 차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현재 문화계 주요 단체 중에는 영화진흥위원회, 세종문화회관, 정동극장, 국립체육진흥공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수장(首長)이 공석인 곳이 많다. 노태섭 저작권위원회 위원장(6월), 이경순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6월), 박형식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사장(6월), 신선희 국립극장장(12월) 등 연내 임기가 끝나는 인사들도 많다. 여기에 10월에는 명동예술극장(옛 국립극장), 아르코복합문화공간도 개관할 예정이어서 올해 내내 문화계 인사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 문화계 인사, 새 정부의 문화정책 가늠자
문화예술계의 차기 단체장 인사는 새 정부 문화 정책의 진정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공모제를 개선해 전문성이나 업무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모제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행됐으나 전문성이나 역량보다 코드 인사를 하기 위한 요식 절차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정헌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경우 추천위원회 심사 결과 1위 후보에 비해 큰 점수차로 뒤진 2위 후보로 추천됐으나 문화부로부터 최종 낙점을 받아 “결국 코드가 중요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문화부 신재민 제2차관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문화부 산하 단체의 경우 공모와 추천, 임명 등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기존 공모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식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는 “문화예술계의 ‘공모제’는 자천(自薦)으로 응모한 사람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예술계에서 진정한 식견과 인품을 갖춘 분들은 지원하지 않는 폐단이 있다”며 “공모제에 정치꾼만 응모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추천을 받은 인사를 대상으로 선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영 중앙대 교수는 “지난 정권에서 코드 인사로 임명된 기관장들이 새 정부가 펼쳐나갈 문화 콘텐츠 진흥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없음에도 단순히 ‘임기’만을 내세워 버티기를 하는 게 문제”라며 “아울러 문화예술계에 ‘낙하산 인사’가 오는 것은 역편향 코드 인사 논란이 재연될 우려가 있으므로 선정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콘텐츠 진흥을 위한 지원 제도 개선
새 정부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다양한 지원과 인재양성, 불법 복제 근절 등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펼칠 예정이다. 한 해 1100억 원의 예산을 운용하는 문화예술위원회와 지난해부터 7년간 4000억 원 규모의 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할 예정인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 제도에 대한 개선도 거론되고 있다.
유인촌 장관은 지난달 14일 대통령 업무보고 뒤 브리핑에서 “유망하고 실력 있는 분들이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 편이라고 주고, 생각이 같다고 주고 하면 끊임없이 부딪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현 지원 제도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화예술위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코드가 맞는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에 대한 지원금을 집중적으로 늘렸으며 위원들이 자신이 관련된 단체에 우호적으로 지원해 장르별 나눠먹기, 제 식구 챙기기 지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화부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지원방식 개선’을 올해 중점 추진 사업에 포함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현장 예술가들이 피부에 닿는 지원제도 개편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며 “특히 공모 사업에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나도록 선택과 집중 방식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