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당대회 빨리 열자”… 차기대표 선출 관심

  • 입력 2008년 4월 12일 02시 50분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 일정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 일정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안전 운행론 vs 강한 지도자

통합민주당이 당 대표 등 지도부를 새로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가급적 빨리 개최하기로 했다. 18대 국회에서 예상되는 이명박 정부의 정국 주도 드라이브에 대처하는 채비를 일찍 갖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2월 급조된 민주당은 아직 당원 명부조차 작성돼 있지 않고, 노선싸움이 재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당대회로 가는 길이 지뢰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빨리 열자”=조기 전당대회는 10일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한 손학규 대표가 제안했다. 민주당은 당초 ‘총선 후 3개월 이내’에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했으나 가급적 18대 국회가 시작되는 5월 30일 이전에 전당대회 개최를 추진할 계획이다.

손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건물 수준이던 당을 제대로 된 모습으로 거듭나게 하자”며 “별도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 체제를 유지한 채 경선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전당대회의 원칙과 절차를 만들고 관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향후 지도체제에 대해선 두 가지 방향이 맞서고 있다. 손 대표는 그동안 13명의 최고위원을 이끌면서 대표 1인에게 권한이 집중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이끌어 왔다. 민주당은 이런 방식 유지냐, 1인자 없는 다수의 리더십을 따르는 순수 집단지도체제로 갈 것이냐를 놓고 고민 중이다.

강한 야당을 거론하는 이는 전자를, 다양한 계파의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쪽은 후자를 지지하고 있다.

향후 2년간 당을 관리할 지도부는 1만 명 안팎의 대의원들이 뽑는다. 대의원은 1개 선거구당 인구수에 따라 30명+α가 배정되고, 현역 의원 및 시군구 의회 의원 등에게도 배정된다.

▽안전운행 vs 정체성 승부=민주당에서는 “무난한 인물을 앞세워 여러 정파가 모인 민주당을 끌고 가도록 하자”는 ‘안전 운행론’이 주목받고 있다. 문희상 원혜영 정세균 의원 등 원만한 인품을 검증받은 이들이 거론된다.

이런 주장은 힘 있는 대통령과 국회의 과반수를 챙긴 여당에 맞서서 무리한 싸움을 벌이면 “아직도 그대로냐”는 국민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당직자는 “실질적 권력도 없는 야당 대표 자리를 위해 벌이는 소모적 내부갈등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내부 기류를 설명했다.

하지만 천정배, 이광재 의원 등 친노(친노무현) 그룹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는 우리 정체성이 희미했다. (적당히) 누구를 뽑느냐가 아니라 새 대표가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권 경쟁 과정에서 치열한 노선경쟁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보 성향 범야권의 통합 가능성과 관련해 “필요하면 정책 연대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3선에 성공한 추미애 전 의원도 대표에 나설 경우 한나라당을 상대로 선명성을 부각하며 당을 이끌어갈 인물로 꼽히고 있다.

박상천 대표도 이날 “서울에서 7석밖에 건지지 못한 것은 당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부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주류 세력 교체를 강조했다.

박 대표 역시 정체성을 거론하기는 했지만, 천 의원과는 결이 조금 달라 보인다. 재선에 성공한 수도권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박 대표가 말하는 정체성은 철학다툼이라기보다는 열린우리당 참여파는 배제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고 평가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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