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 소비 둔화 “성장엔진 꺼질라” 우려

  • 입력 2008년 4월 9일 02시 58분


■ 李대통령 “내수 너무 위축” 발언 왜 나왔나

《‘물가안정’을 강조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내수 진작’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나서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회의(10일)를 이틀 앞두고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8일 채권시장에서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8%포인트 떨어진 연 5.05%에 마감하는 등 채권 금리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 대통령 경기 활성화 의지 표현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 국무회의에서는 물가안정을 얘기했지만 내수가 너무 위축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내수가 너무 위축되지 않도록 관련 부처에서 관심 갖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가 위축되면 서민이 더 어려워진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국내외 경제신문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지금은 물가안정이 7% 성장보다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얘기했던 것과 다소 배치되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전에 청와대와 정부가 치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한 뒤 대통령에게 발언하시라고 건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발표되는 각종 지표들을 보면 수출은 양호한데 투자와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소비심리마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자 대통령이 직접 경기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 재정부도 “규제완화 속도 낼 것”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일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할 정도로 경기 지표들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8.6%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1월에 1.8% 감소한 데 이어 2월에도 1.9% 감소했다. 2월 소비재 판매액은 작년 동월에 비해 3.0% 증가하는 데 그쳐 전달(4.6%)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통계청 소비자전망조사 결과 소비자기대지수는 1년 만에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이 때문에 정부도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수가 살아나야 한다고 보고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액션플랜을 조기에 마련키로 하는 등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내수 진작 방안에 대해 재정부 당국자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늘어야 한다”며 “각종 규제 완화 프로그램 이행의 속도를 높여 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높아지는 금리 인하 기대감

정부 당국자들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중립성을 의식한 듯 이날 대통령의 발언이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너무 금리 인하 쪽으로만 보지 말고 다른 정책 툴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해 기업의 투자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부처에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를 바라는 마음까지 숨기지는 않았다.

시장에서는 10일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손동희 한은 채권시장팀장은 “통상 금통위 직전에는 채권 금리가 움직이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8일에는 대통령의 내수 발언으로 금리가 많이 움직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씀은 말 그대로 내수가 위축되지 않도록 당부하는 상식적인 수준의 발언으로 이해된다”며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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