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공천” 반발…사퇴…잠적…민주 비례대표 ‘전방위 대란’

  • 입력 2008년 3월 26일 02시 50분


후순위 후보 줄사퇴… 1명은 연락두절 상태

영남권 “孫-朴 나눠먹기로 소외” 거센 항의

정동영측도 “孫대표의 대국민 사기극” 직격탄

통합민주당이 ‘비례대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순위 번호를 배정받은 후보들은 줄사퇴를 하고 일부는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비례대표는 지역구 공천보다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결론은 ‘계파 나눠먹기’에 불과한 데 따른 반발이다.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날까지 비례대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힌 인사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28번) △서영교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33번) △김종현 전 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34번) △고연호 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위원장(35번) △김현 당 부대변인(39번) 등 5명이다.

서 전 부대변인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순번을 배정받은 사람들이 과연 당의 정체성과 맞는지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비례대표 선정의 기준과 원칙이 모호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식 명단에는 빠져 있었지만 예비후보로 42번을 통보받은 정흥진 전 종로구청장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구청장은 “서울 종로에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손학규 공동대표에게 양보했는데 비례대표 42번을 주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탈당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대철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정일영·이태영박사 기념사업회 장학회장(24번)은 후순위 배정에 반발하며 당 지도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다.

또 23번을 받은 이은지 경남도의원도 진퇴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어 사퇴하는 후보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비례대표 후보 선정 결과가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 간 계파 안배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일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영남권도 대거 반발하고 있다.

대구 수성갑 공천자인 김창해 후보는 25일 비례대표 선정 결과에 항의하며 불출마 선언을 했고, 정오규 부산시당위원장은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성명서를 냈다.

부산시당 관계자는 “6번을 받은 정국교 H&T 대표는 주가조작 혐의로 금융 당국의 조사까지 받고 있는데도 손 대표의 추천으로 상위 순번을 받았다”며 공천 결과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이미 소명이 된 사안이며 저는 손 대표 측근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계파 경쟁에서 밀려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측의 반발도 거세다. 이재경 공보특보는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결과는 공천 혁명을 약속한 손 대표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비례대표 공천으로 인해 손 대표와 정 전 장관 간에 잠복해 있던 갈등이 심각한 양상으로 표면화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전 장관 측 박명광 최고위원은 비례대표 공천 결과가 나온 24일 “비민주적인 공천에 절망했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고, 정 전 장관도 이날 “나눠먹기 공천”이라며 손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사퇴 인사
순번이름(성별·나이)경력
28김근식(43)경남대 교수
33서영교(44·여)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34김종현(51)전 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
35고연호(45·여)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위원장
39김현(43·여)통합민주당 부대변인
42정흥진(64)전 종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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