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13>김관용 경북지사

  • 입력 2008년 3월 18일 02시 58분


김관용 경북지사는 “경북은 1970년대만 해도 서울과 ‘맞짱’을 뜰 정도로 도세가 컸다”고 말했다. 그 말 속에는 30년간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는 자책과 회한이 묻어난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경북은 남한 면적의 5분의 1이나 된다”는 말로 이를 떨쳐냈다. 도의 풍부한 자원과 잠재력, 그리고 예전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융합되면 ‘뭔가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변영욱  기자
김관용 경북지사는 “경북은 1970년대만 해도 서울과 ‘맞짱’을 뜰 정도로 도세가 컸다”고 말했다. 그 말 속에는 30년간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는 자책과 회한이 묻어난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경북은 남한 면적의 5분의 1이나 된다”는 말로 이를 떨쳐냈다. 도의 풍부한 자원과 잠재력, 그리고 예전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융합되면 ‘뭔가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변영욱 기자
김관용 경북지사의 ‘새마을운동’ 사랑은 남다르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을 주창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다른 점은 ‘새마을운동’을 ‘내수용’이 아니라 ‘수출상품’으로 보는 것이다. 김 지사(앞줄 가운데)가 지난해 10월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새마을운동 발상지인 청도군 신도마을의 ‘새마을운동 기념관’ 공사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제공 경북도
김관용 경북지사의 ‘새마을운동’ 사랑은 남다르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을 주창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다른 점은 ‘새마을운동’을 ‘내수용’이 아니라 ‘수출상품’으로 보는 것이다. 김 지사(앞줄 가운데)가 지난해 10월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새마을운동 발상지인 청도군 신도마을의 ‘새마을운동 기념관’ 공사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제공 경북도
“주식회사 경북, 건배할 때도 ‘일자리! 맹글자!’ 외쳐”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기업과 투자 유치에 하루해가 짧다. 인터뷰도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수도권 기업인 300여 명을 대상으로 ‘2008 경북도 투자유치 설명회’를 끝낸 직후에 동아일보사로 와서 했다. 그가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줬다. 경북도 행사에서 건배할 때는 선창자가 “일자리를!”하고 외치면 나머지 사람들은 일제히 “맹글자(만들자), 맹글자, 맹글자”라고 화답한다는 것이다. ‘주식회사 경북’이 ‘사장 김관용’ ‘장사꾼 김관용’과 함께 일자리 만들기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대담=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대통령이 경북 출신이어서 도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말이 있다.

“경북에는 조국 근대화에 기여해 온 포항제철과 구미공단이 있지만 지식정보화사회로 넘어오면서 발전 속도가 늦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북 면적은 남한의 5분의 1이나 된다. 지역적 특성과 에너지를 살려 발전할 때가 왔다. 기업 현장 출신이 대통령이 됐으니 기대를 갖고 있다.”

―경북의 성장엔진은 무엇인가.

“크게 3개 권역으로 나눠 개발하고 있다. ‘동부연안권’은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이 통과돼 기대를 하고 있다. 경북의 동해안은 1000리나 된다. 전국 원자로 20기 중 10기가 경북에 몰려 있다. 그래서 이 권역은 에너지 클러스터와 해양개발프로젝트 지역으로 육성하고 있다. ‘북부자연권’은 백두대간이라는 천혜의 자원과 700리나 되는 낙동강을 안고 있다. 천년고도 경주와 옛 가야지역도 낙동강문화권이다. 경부고속도로 축에 있는 ‘서남부권’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부품산업이 강세다.”

―최근 지정된 ‘경제자유구역’과의 연계성은….

“위에서 언급한 3개 권역 중 ‘서남부권’과 관련이 깊다. 영천, 구미, 경산 지역이다. 이곳을 영천 하이테크 지구(지능자동차부품), 영천 첨단부품소재지구(부품소재특화), 구미 디지털지구(400개 모바일기업), 경산 학원연구지구(13개 대학 밀집) 등 4개 특성화 지구로 육성할 계획이다.”

―낙동강 프로젝트와 경부대운하는 관련이 없지 않을 텐데….

“낙동강을 따라 산악지대와 천혜의 자원, 유교 불교 등의 문화적 유산이 산재해 있다. 물산(物産)도 모인다. 즉 문화와 경제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동안은 접근성이 나빴다. 대운하 건설로 내륙 항만이 생기면 접근성이 크게 좋아질 것이다. 이 물길을 문화와 레포츠, 향토산업지역으로 개발해 사람과 돈이 흐르는 곳으로 만들겠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견해는….

“수도권 집중을 반대하는 것이지 수도권 규제 완화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지방은 지금도 블랙홀처럼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맏이가 잘되면 동생들도 잘될 것’이라며 맏이만 공부시킨 뒤 동생들에게 ‘너희는 왜 공부 안 했느냐’고 따지면 곤란하다. 지방에 권한을 준 뒤 책임도 물으면 된다. 지방선거란 게 다 책임을 묻는 제도 아닌가.”

―경북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피해가 크지 않나.

“경북은 도농복합지역이지만 농업 비중이 크다. 사과 생산량이 전국의 64%, 한우도 23%나 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지사 직속으로 FTA 대책반을 만들고 FTA 대책기금을 2000억 원으로 늘린 것도 그 때문이다. FTA는 체결해야 하지만 문제는 FTA가 농촌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먼저 농촌을 지원해야 한다. 종자 보호가 시급하다. 정부와 연구기관이 이 분야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농촌의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농민도 경제인이고 최고경영자(CEO)다. 그래서 경북은 농민사관학교를 만들어 농업경영인을 육성하고 있다. 농외(農外)소득을 얻기 위한 대체식품 개발도 시급하다.”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관심도 많다고 들었다.

“일본은 지방정부가 독도 문제를 제기하는데 한국은 중앙정부가 맞선다. 그것은 안 맞다. 지자체가 앞장서서 실효적 지배를 확실히 해야 한다. 환경 문제부터 시작했다. 바다사자를 서식하게 하고 전복도 복원하고 있다. 주민등록을 옮기면 지원금도 준다. 사람이 살면서 실제로 경제활동을 하고 소득도 올려야 국제분쟁에 대비할 수 있다. 독도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하루 400명에서 1880명으로 늘렸다. 자원도 보호해야 한다. 독도 아래에는 불타는 얼음이라는 가스하이드레이트도 있고 심층수도 울릉도 근해의 것이 가장 낫다. 울릉도와 독도연구소가 있는 지역 5개 대학이 최근 협의체를 만들었다. 연구 역량의 시너지를 높이고 통합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중앙정부에 원하는 것이 있다면….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 추진은 국책사업으로 하지 않으면 어렵다. 이미 있는 기간산업, 즉 철강 IT 자동차부품산업에는 연구개발(R&D)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기능이 지금은 중앙정부에 다 가 있다. 구태여 수도권에 있어야 할 국책기관이 아니라면 경북뿐만 아니라 지방으로 보내줘야 한다. R&D센터를 건립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학교도 지원해야 한다. 중앙의 권한은 자치 발전 속도에 맞춰 과감하게 지방으로 이양하고 지방 규제도 완화해줘야 한다. 그런 결정 과정에 반드시 지방이 참여해야 한다.”

―결국은 일자리 문제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도청 입구 아치형 조형물에 ‘일자리! 일자리! 일자리!’고 써 놨다. 도민들 만나면 ‘김 지사 수고한다’고 말한 뒤 곧바로 ‘우리 집 아이 취직시켜 달라’고 한다. 임기 중 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지난해 1만7000개를 만들었고 올해는 1만60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파이 자체를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외국 투자를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유치한 4조2000억 원 중 1조5000억 원이 해외 투자였다. 지사공관을 완전히 개조해 외국 손님 접대용 게스트하우스로 바꾸고 투자본부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해외에 100여 명의 통상자문관도 두고 있다.”

―도청 이전이 첨예의 관심사인데….

“약속대로 6월까지는 엄정하고 객관적인 과정을 통해 이전 지역을 결정하려 한다. 탈락하는 곳은 상대적 박탈감이 클 것이기 때문에 공단 조성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동반 성장을 하도록 배려할 것이다.”

김 지사는 도내에 4800여 가구나 되는 다문화가정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농촌으로 시집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결혼이민여성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 문제를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중매 단계에서부터 책임감을 갖고 농촌총각과 결혼이민여성 모두에게 상대방 국가에 대한 문화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결혼 후에도 보편적 인권과 외교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김 지사의 제안이었다.

::김관용 지사는

△경북 구미 출생(66세) △대구사범학교 졸업, 초등학교 교사 △영남대 경제학과 졸업 △행정고시 합격(10회) △구미, 서울 용산세무서장 △대통령민정비서실 행정관 △구미시장(3선·1995∼2006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 △전국지역균형발전협의체 공동회장(현)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한미 FTA 대책특별위원장(현) △경북지사(2006년 7월∼)

정리=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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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은 국가 브랜드 자원외교에도 밑거름 될것”▼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운동 정신은 이제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합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새마을운동의 국제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는 “새마을운동은 ‘한물간’ 근대화 운동이 아니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로서 지구촌의 가난을 몰아내는 글로벌 트렌드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소신은 경북이 1970년 시작된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로서 ‘가난’이라는 국난을 이겨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된다. 경북도를 비롯해 도내 23개 시군에 ‘새마을’ 명칭이 붙은 부서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북도는 2005년 베트남에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조성과 초등학교 건립을 시작으로 새마을운동의 국제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구미시의 경운대에 새마을운동의 국제화를 연구하는 새마을아카데미를 개설했고 새마을운동을 처음 시작한 청도군에는 올해 말 개관을 목표로 새마을 역사관과 기념관을 짓고 있다.

앞으로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과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까지 새마을운동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이미 새마을운동을 국가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도 경북도의 참여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김 지사가 개발도상국에 새마을운동을 보급하려는 것은 ‘자원외교’를 고려한 포석이기도 하다. 이들 국가의 풍부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새마을운동이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주지사가 5월 중 경북도를 방문하면 석유와 천연가스, 목재 등 에너지 확보에 관한 협력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 지사는 “새마을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아시아의 개발도상국과 아프리카의 후진국에서 ‘잘살아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한국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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