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 “…” 맹형규 “의외 결정” 박계동 “이유 뭐냐”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 ‘강남 탈락’ 3인 반응

한나라당이 영남지역에 이어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현역의원 절반을 교체하는 물갈이를 단행했다.

5선의 김덕룡(서초을), 3선의 맹형규(송파갑), 재선의 박계동(송파을) 의원 등 3명이 탈락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지만 부인의 공천헌금 수수 문제가 이슈화돼 결국 낙마했다. 김 의원은 공심위 결과에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서초을에는 대선에서 당 클린정치위원을 지낸 고승덕 변호사가 공천됐다.

맹 의원은 경선에서 중립을 지키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기획조정분과 총괄 간사를 맡아 재공천이 유력했지만 중진 물갈이라는 대세의 희생양이 됐다. 맹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지난 12년간 흠결 없이 열심히 살아왔는데 의외의 결정이 나온 것 같다. 앞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겠다”고 말했다. 송파갑에는 서초갑에 공천 신청을 했던 박영아(여·명지대 교수) 한국물리학회 부회장이 전략 공천됐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박계동 의원은 술집 여종업원 성추행 동영상이 문제가 돼 격론 끝에 심사 막판에 탈락이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다른 지역에서 탈락한 후보를 공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공심위에서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내일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역구에는 경기 평택을에 공천을 신청한 유치송 전 민주한국당 총재의 장남인 유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전략 공천됐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윤경식 전용학 안병용 이수희 재심통해 기사회생

이규민 홍정욱 이군현 다른곳에 전략공천

울산동구 안효대 ‘정몽준 대타’ 행운

한나라당의 총선 공천 심사에서는 순간순간 예측불가의 복잡한 상황들이 전개되면서 희비가 엇갈린 의원과 후보자가 적지 않다.

충북 청주 흥덕갑에는 당초 김병일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이 내정됐으나 윤경식 전 의원으로 공천자가 바뀌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사람 간의 현격한 여론조사 결과 차와 지역 경쟁력 등을 이유로 인준을 보류했고, 공천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충남 천안갑에서는 원래 천안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윤종남 전 수원지검장이 후보로 내정됐다가 취소되고 전용학 전 의원이 공천을 받게 됐다. 전 전 의원에 대해 제기됐던 선거법 위반 논란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후문이다.

서울 동작갑에 공천을 신청했던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회장은 서울 노원병에 전략공천됐고 이규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이경재 의원이 탈락한 인천 서-강화을에 전략공천됐다.

서울 동작을에 공천이 확정됐던 이군현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당 지도부와 공심위가 통합민주당의 정동영 전 대선 후보 대항마로 정몽준 의원을 전략 배치함에 따라 자신의 고향인 경남 통영-고성으로 바뀐 경우다. 주변에서는 동작을보다 당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또 정몽준 의원의 지역구였던 울산 동구에는 정 의원의 지역구 사무국장인 안효대 씨가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 국장 역시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직접 자신이 선거를 치르게 됐으나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내정자의 전력에 도덕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최고위원회의가 재심을 요구해 결국 공천이 바뀐 사례들도 있었다. 당 윤리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도 한 이유가 됐다.

서울 은평갑에 후보로 내정됐던 김영일 전 MBC 보도국장은 안병용 부대변인으로, 강북을의 안홍렬 전 당협위원장은 이수희 변호사로 대체된 게 그런 경우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뼈 깎는 심정으로 공천 유권자가 헤아려 줄 것”

안강민 공심위원장▼

한나라당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은 16일 지역구 공천 심사를 모두 마친 뒤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승리를 위해 뼈를 깎는 심정이었다. 국민이 그 뜻을 헤아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공천심사를 마친 뒤 소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무슨 특별한 소감이 있겠느냐.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애정과 질책에 감사할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천 기준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밝혔던 것처럼 공심위는 제18대 국회의 시대적 사명을 깊이 인식해 국민공천, 공정공천, 실적공천 등 3대 원칙하에 공천을 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특히 관심이 집중됐던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벨트’ 공천에 대해 “강남권의 심사도 의정활동과 역량, 당 기여도 등 각 항목에 따라 엄정 심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권 공천 심사는 전문가 중심으로, 충청 호남은 당 정체성과 지역사회 활동을 중심으로, 영남권은 개혁 지향적 방향으로 후보를 공천했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또 “한나라당은 금고형 이상을 받은 사람은 아예 공천 신청도 못 하게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는 신청도 못 했고, 박관용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은 모두 탈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후보 12명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그것은 우리가 이미 검토한 부분이었다.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안 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계파’ 대립과 10년 만의 여당 프리미엄에 따른 과열 양상을 제어하느라 고군분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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