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심사끝나면 갈 사람들이…” 공심위 성토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7분


공심위 “전략공천도 물러설 수 없다” 반발 속 내부 분열

김근태 탈락 통보했다 번복… ‘예외 인정’ 후유증 클 듯

총선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통합민주당의 내부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공천심사위원회와 당 지도부 간 반목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 출신과 구(舊)민주당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기미를 보인다.

여기에 공심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쏟아져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공심위는 월권 조직”=11일 오후 늦게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가 공심위 회의가 열리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를 급히 찾았다. 전략공천 권한을 당 지도부에 위임하도록 박재승 공심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전략공천은 두 대표와 공심위원장의 ‘합의’로 결정해야 하며, 합의가 안 되면 공심위 안(案)을 따라야 한다”고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논의 과정에서 분위기가 심각한 상황까지 갔다”며 “최소한 전략공천은 당에서 맡아야 하는 부분인데 공심위가 월권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공심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누가 당 대표냐” “(공심위원들은) 심사 끝나면 갈 사람들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 측은 “전략공천과 관련해서는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 이미 합의한 사항을 뒤집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심위는 이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공천문제로 당초 원칙에서 다소 물러난 상태다. 김 전 의장은 ‘의정 활동 점수는 낮지만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우여곡절 끝에 공천됐다. 하지만 공심위가 김 전 의장 측에 탈락 사실까지 통보했다가 이를 번복한 것은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탈락된 인사 중 상당수가 ‘당을 위해 일한 것’이라며 예외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파별 갈등=공심위 내부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당에서 추천한 내부 위원과 박 위원장이 추천한 외부 위원이 대립하고 있고, 구민주당계 추천 위원과 열린우리당계 위원 간에도 의견 차이가 표출되고 있다.

외부 위원들은 “제 식구 감싸기는 안 된다”며 원칙론을 폈으나 내부 위원들은 “가뜩이나 인재가 없는 수도권에서 당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현역 의원을 쳐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섰다. 외부에서 온 이이화 위원은 “같은 의원이라고 ‘카르텔’을 형성하려는 것이냐”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내부 위원 간에도 김 전 의장을 옹호하는 측과 그렇지 않은 위원 간에 냉기류가 흘렀다. 열린우리당 출신 관계자는 “김 전 의장을 좌파로 몰아세우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심위 바깥에서는 전략공천과 비례대표 지분 문제를 두고 구민주당계와 열린우리당계 진영 사이에 잡음이 나오고 있다.

전략공천 지역에 호남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자 열린우리당계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고, 공천심사 초기에 호남지역 현역 의원들의 ‘살생부 명단’이 유포된 데 대해서는 구민주당계 의원들이 자료 출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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