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심위 “호남 현역 30%는 심사대상도 안돼”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7분


1차 공천심사 결과 전달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오른쪽)이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손학규(가운데) 박상천 공동대표에게 1차 공천심사 결과를 전달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1차 공천심사 결과 전달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오른쪽)이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손학규(가운데) 박상천 공동대표에게 1차 공천심사 결과를 전달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 ‘박재승 공천 태풍’ 진로 촉각

통합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6일 “관중의 환호 속에 독배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진통 끝에 ‘금고 이상 형 확정자 공천 배제’ 원칙을 수용했으니 이젠 누구에게 독배를 내릴지 결정할 차례다.

더욱이 민주당은 ‘현역의원 30% 교체’라는 방침까지 공언했다. 김홍업 의원 등 탈락자 11명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한 공천심사위원은 “공심위에서 억울하다 할 수 있다고 본 사람은 1명뿐이었다”면서 예외가 없다는 분위기다.

▽‘물갈이 태풍’ 예고=민주당 안팎에서는 ‘금고 이상 형 배제’ 원칙이 중진급 인사 10여 명 퇴출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다.

박경철 공심위 홍보간사는 6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호남에서는 예외 없이 1차 관문에서 30% 탈락시키는 것이 확실하다. 이 부분은 목표치 30%가 아니라 아예 심사 대상조차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라고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남지역 현역 의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탈락할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고 있다.

공심위는 특히 단수 신청 지역의 후보라도 공천 기준에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제외하고 당 정체성에 맞지 않거나 ‘철새 정치인’들도 배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반영하듯 단수 지역 71곳 중 62곳만 공천 심사를 통과했고 나머지 9곳은 ‘보류’ 판정을 받았다. 그나마 62곳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안대로 인정될지 알 수 없다.

여기에 공심위는 기존에 없었던 음주운전 전력자 배제 기준까지 추가했다. 음주운전으로 3회 이상 적발됐으면 무조건 탈락시키고 한 번이라도 걸린 사실이 있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박재승 공심위원장도 엄격한 기준 적용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을 살리겠다는 대의(大義)를 이해해 달라며 공천 개혁에서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그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을 위해 일한 분들도 공천(배제) 기준에 걸려 가슴이 아팠지만 나라와 당을 위해 기준을 끝까지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차 공천자 발표 혼선=민주당의 고민은 6일로 예정됐던 1차 공천 후보자 발표를 연기한 데서도 드러났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오후 4시에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공심위가 제출한 47명의 공천 후보자 명단을 검토한 뒤 확정 발표키로 했지만 돌연 일정이 취소됐다.

이어 최고위원회의가 오후 7시에 다시 열리기로 했다가 결국 다음 날로 넘어가게 됐다. 민주당은 일단 “실무자의 착오로 당 대표나 사무총장도 모른 상태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소집됐다”며 “7일 오전 회의를 다시 열고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혼선이 공심위와 당 지도부 간의 불협화음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심위가 일방적으로 1차 공천 후보자를 보고한다고 해 착오가 있었다. 절차가 맞지 않았다”며 공심위에 화살을 돌렸다. 실무자의 착오로 공천 후보자 명단이 당 대표에게 전달되기 전에 최고위원회의가 소집되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수도권 단수 지역은 옛 열린우리당 출신 현역 의원이 많아 이들을 먼저 발표하면 공천 쇄신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관측도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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