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급 4명 인사

  • 입력 2008년 3월 6일 03시 00분


■ 전광우 금융위원장

“시장역량 발휘 되도록 규제 완화”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 메릴린치 등 투자은행 자문역, 세계은행(IBRD), 국제금융센터, 우리금융지주, 딜로이트 컨설팅 등 국내외 금융 요직을 섭렵했다. 1986∼98년 IBRD 재직 시절에는 후진국과 선진국 금융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처방으로 수석이코노미스트 자리에 올랐고,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에 파견된 IBRD 수석대표도 지냈다.

당시 IBRD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쓰는 자체 골프장이 있었는데 아시아인으로는 드물게 골프장 운영위원회 멤버로 선임됐다. 뛰어난 사교성으로 IBRD 이너 서클의 일원이 된 셈.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대인관계가 좋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 특보로 선임돼 국내 금융 상황과 구조조정 계획을 국제금융계에 알려 ‘한국 금융의 대변인’으로 통했다.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시절에는 우리금융그룹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재경부 당국자를 설득하는 역할을 원만히 수행했다는 평가. 최근 포스코 이사회 의장까지 맡아 금융과 실물을 두루 경험했다.

한국 경제의 해법을 담은 책 ‘왕도는 없고 정도만 있다’도 썼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의 수립과 집행 기능을 한손에 거머쥐게 돼 금융은 물론 경제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소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등 어려운 금융환경에서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초대 금융위원장으로서 포부는….

“금융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려면 시장참여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 친화적으로 금융 글로벌화를 이루겠다.”

―금산분리 문제에 대한 소신은….

“새 정부가 지향하는 바는 금산분리의 점진적인 완화 아닌가. 여기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펴겠다. 공기업 민영화, 금융 소외자의 신용회복에도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금융위원회 운영 철학은….

“옛 금융감독원을 영어로 표기하면 ‘financial supervisory service’인데 supervisory(감독)에 치중하고 service(서비스)는 충분히 하지 못했다. 낮은 자세로 서비스 기능을 확충하겠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활발한 기업 경쟁 제도적 틀 마련”

지난 10년간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제 금융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해온 핵심 브레인이다.

1996년 15대 총선 때 서울 서대문구에 출마하면서 종로구 후보로 나선 이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낙선했지만 당선한 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던 한나라당 미래경쟁력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이 대통령이 설립한 동아시아연구원의 원장을 맡아 서울시장 출마 당시 공약 생산을 주도했다.

2002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취임하자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으로 발탁돼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의 정책을 보좌했다.

2006년 7월부터는 바른정책연구원(BPI)을 이끌면서 대선공약 개발에 앞장섰다.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최재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 등도 주요 멤버. BPI는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주도한 국제전략연구원(GSI)과 함께 이 대통령에게 정책을 조언한 양대 축이다.

백 위원장은 경제 사회 복지 문화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이 대통령에게 소개하는 ‘정책 네트워킹’에도 장기를 발휘했다. 한때 BPI 소속 정책 전문가는 500여 명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뒤 BPI 망년회에 참석할 정도로 고마움을 표했다.

백 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유력했지만 막판에 이 대통령은 백 위원장이 ‘규제완화와 경제살리기’라는 현 정부의 모토에 맞춰 지난 정권에서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자청했다는 비판을 받는 공정거래위원회 개혁 작업을 맡아주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명이 발표된 5일 백 위원장은 향후 공정거래정책에 대해 “기업들의 무대 자체가 세계로 확대되고 있으므로 (공정위도)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변혁을 예고했다.

그는 또 “그동안 대기업 집단에 대한 공정위 규제가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제는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질서를 지키면서 마음껏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백 위원장은 공정거래 분야의 업무 경험이 거의 없고 아직 조직 장악력과 추진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개혁 작업을 얼마나 만족스럽게 수행할지는 미지수다.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이석연 법제처장

“입법 단계부터 법치주의 확립 노력”

“입법 단계에서부터 헌법정신에 입각해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겠다.”

5일 법제처장에 임명된 이석연(54) 법무법인 서울 대표 변호사는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정부조직 개편이나 규제 완화와 관련된 법령 개정 작업이 많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법제처에 근무한 경험도 있고 하니 도와 달라’고 하더라”며 “장관급 자리를 제안했으면 거절했을 텐데 차관급 자리여서 부담 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1954년 전북 정읍에서 3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지 9개월 만에 대입 검정고시에 전북 수석으로 합격하고 같은 해 대입 예비고사까지 합격했다.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뭔가를 이뤄보겠다는 생각에 검정고시를 택했다는 것.

그는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하고도 “독서에 열중해야 한다”며 대학 진학을 미룬 채 스스로 절에 들어가 3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는 얘기는 법조인들 사이에 잘 알려진 얘기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몇 차례 ‘러브콜’을 받았으나 본인이 고사했다. 한나라당이 호남 출신에 깨끗한 시민운동가의 이미지를 갖춘 그를 영입하기 위해 전국구 의원을 제안했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9년 2년 임기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 “정치할 사람은 경실련을 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진보세력만이 시민운동을 주도하고 보수세력은 반개혁적인 것으로 비치는 것에 반대하면서 “시민운동의 목표는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시민운동이 진보세력의 독점물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헌법 전문 법률가답게 그동안 180여 건의 헌법소원 사건을 맡아 이 중 50건 정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받아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사건 인용률이 평균 4%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2004년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 방침과 관련해 헌법소원 청구인단 간사를 맡아 헌재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 낸 것을 비롯해 재산상속 한정승인제도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김양 보훈처장

白凡의 손자… 상하이 총영사 지내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이자 창군 멤버인 김신 장군의 아들. 국가유공자 집안이라 보훈활동을 맡는 보훈처장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대만 주재 대사를 지낸 부친을 따라 1962년부터 10년 동안 대만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씨티은행 서울지점 부장, 유럽우주항공방산회사(EADS) 수석고문을 지내는 등 기업인으로 활동했다.

2005년 8월 상하이(上海) 주재 총영사에 임명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상하이는 그의 집안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1919년 김구 선생이 독립투쟁을 위해 상하이로 갔고, 부친도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상하이 총영사로 일하며 김구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활용했던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복원을 추진하는 등 중국 내 독립운동 관련 유적 보호에 힘썼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복원되는 뜻 깊은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김구 선생의 손자답게 예의바르고 공사 구분이 뚜렷하다는 평이다. 기업인 시절 조직관리 경험도 풍부하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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