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표절 - 논문 중복게재’ 시인…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 입력 2008년 2월 28일 02시 55분


《27일 열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각종 의혹 제기로 승세를 잡은 야당 측의 일방적인 공세로 점철됐다. 통합민주당은 새 내각을 ‘부자 내각’으로 규정하고 재산 축적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도덕성과 과거 경력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따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일부 후보자와 관련한 추가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의원 대부분은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언론에 보도된 문제점을 되풀이해 지적했다. 장관 후보자들도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놓았다.》

‘저서 표절 - 논문 중복게재’ 시인

김성이 보건복지가족▼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2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저서 표절과 논문 중복 게재 의혹을 시인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표절과 중복 게재, 5공화국 대통령 표창, 임대소득 축소 신고, 부동산 투기, 공금 유용 등 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연금 개혁,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 정책 능력을 검증하는 데 주력했다.

김 후보자는 “본인의 저서 ‘사회복지발달과 사상’이 다른 책 2권의 내용 일부를 그대로 옮긴 것 아니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 “인정한다. 실수로 봐 달라”고 시인했다.

자신의 논문 5개를 12곳에 중복 게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글이 같다는 것을 인정한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2002년 청소년위원회 위원장 시절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동안 “두 달 뒤 업무추진비를 반납했다”고 해명해 왔으나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국무조정실 감사를 보니 6개월 동안 공금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하자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2005∼2006년 임대소득을 고의로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임대소득 신고를 대행해 주는 업체에서 신고를 잘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부인했다.

5공 시절 학생운동 탄압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던 논문을 써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는 민주당 장복심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학생 서클활동이 탄압받는 것에 유감을 느껴 현실 참여를 연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기 가평군과 충북 충주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투기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예술환경 개선에 사재출연 의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유 후보자의 140억 원대 재산과 일본 국채를 보유했던 이유 등 재산 형성에 대한 논란이 주를 이뤘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국무위원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한 유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해마다 재산이 5억∼6억 원씩 늘어난 것에 대해 투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30년 이상 톱 탤런트로 지내며 드라마 및 광고 출연료로 많은 수입을 얻었다”면서 “최근 재산 증가는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며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본 국채 보유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거니와 세금 회피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것. 유 후보자는 “자산 관리를 부인이 맡아 진행 과정을 잘 몰랐다”면서 “증권사 등에 위탁해 추천분야에 투자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재임 시절 보유했던 외제 승용차를 신고하지 않은 것은 “취임 당시 리스했다가 2006년 재임 중간에 구입하는 바람에 추후 신고가 누락됐다”고 답했다.

유 후보자가 운영하는 극단 ‘유시어터’ 관련 질문도 쏟아졌다. 단원들의 비정규직 대우 부분에 대해서는 “예술 단원의 처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잣대로 얘기할 성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극단 연수생들에게 월 40만 원가량의 연수비용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결코 수익성 사업이 아니며 극단은 적자를 감수하며 운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합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재산 형성 과정에 문제점이 없다 해도 열악한 예술 환경 개선을 위해 사재를 출연할 생각은 없느냐”고 질문하자 유 후보자는 “그럴 의사가 충분히 있다”고 답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영상 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PSI 적극 참여 방안 검토해야”

유명환 외교통상▼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참여정부의 한미동맹에 대한 평가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청문회는 대체로 원만한 분위기에서 이뤄졌으나 유 후보자가 참여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경력이 거론되며 한미관계 평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처음엔 대답을 회피하던 유 후보자는 “한미관계는 50년 동안 희생을 치르고 지켜 온 관계로 변화하는 세계 안보에 맞게 동맹관계를 재조정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한미 간에 깊은 신뢰 관계를 쌓아야 하는 노력이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유 후보자의 차관 시절 한미동맹의 위기가 온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묻자 “당시에도 한미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지금 말한 취지로 얘기하고 그런 취지로 정책 결정에 참여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여야 의원들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고 집요하게 묻자 유 후보자는 “PSI는 비확산 체제로 이는 하나의 국제 규범이 되고 있다. 더 적극적인 참여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차관 시절인 2006년 11월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PSI를 이행하면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있어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한 발언에서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야당 의원들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관계 냉각 가능성을 우려하자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은) 대북 포용 정책을 아우르는 정책이라고 이해해 달라”며 “북한에 대한 화해 협력 정책 기조는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런 기조는 계속 지켜 나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문서위조” “실수일뿐”

‘경력 부풀리기’ 공방

이영희 노동▼

이영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허위경력 기재 문제가 쟁점이었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 요청안의 중앙노동위 근로자위원 경력란에 동명이인인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의 경력을 적은 것이 ‘경력 부풀리기’라고 몰아붙였다.

우원식 의원은 “후보자는 실수라고 하지만 대통령 당선인 이름으로 제출되는 청문 요청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제출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조성래 의원은 “형법상 공문서 위조”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중노위 근로자위원 경력을 스스로 적지 않았다. (노동부 실무진이) 청문 요청안 제출 전에 그 부분을 경력사항에 추가했다는 보고를 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이 후보자가 1996년 12월부터 2년 동안 노동부 고용정책심의위원을 맡고도 6차례 열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6차례 중 2차례는 서면으로 참석했지만 4차례는 참석하지 못했다”며 “시간이 오래돼 충분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 강의와 중복돼 참석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FTA비준-쇠고기 분리해서 접근해야”

정운천 농수산식품▼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정 후보자가 설립한 영농법인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의 성공이 과장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는 농민들의 출자를 받아 설립한 이 사업단의 성공으로 ‘벤처농업계의 이건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성공 사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사업단이 18년간 정부 지원을 310억 원이나 받았다”며 “수익의 절반 이상은 키위를 수입해서 번 반(反)농민적인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시설자금이 아니라 유통자금이라 그때그때 받고 또 갚은 것”이라며 “뉴질랜드산 키위 수입은 국내에서 생산이 안 되는 시기에만 했다”고 대답했다.

정 후보자가 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던 중 “황당한 이야기”라고 말하자 다음 질의자인 통합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이곳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 자질을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고 국회의원이 당신 자질을 평가하는 자리”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연계하는 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며 “쇠고기 검역은 국민의 안전 문제이고 FTA는 개방 문제이니만큼 섞지 말고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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