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특검 “李당선인 연루 의혹 확인못해”

  • 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李당선인 조사받은 곳17일 오후 BBK 특별검사팀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정식집 삼청각의 취한당. 취한당은 삼청각에서 열리는 소규모 연회 장소로 쓰이고 있다. 연합뉴스
李당선인 조사받은 곳
17일 오후 BBK 특별검사팀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정식집 삼청각의 취한당. 취한당은 삼청각에서 열리는 소규모 연회 장소로 쓰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17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방문 조사함에 따라 이 당선인 관련 특검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수사 시한(23일)이 일주일도 안 남은 시점에서 이뤄진 이 당선인 조사는 수사의 마지막 ‘방점’이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 ‘방문 조사’는 마무리 수순=이 당선인 측은 당초 서면 조사를 희망했다. 소환 및 방문 조사는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데다 경호상 문제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특검팀은 ‘부실 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대면 조사를 주장했다.

결국 이 당선인 측은 방문 조사를 수용하는 쪽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장소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음식점 ‘삼청각’. 당선인 집무실과 가까운 데다 취재진을 따돌릴 수 있는 한적한 곳이라는 점이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조사는 수사팀이 준비해 온 질문에 이 당선인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당선인 측과 특검팀은 조사 중간에 곰탕을 시켜 먹었다.

이에 대해 특검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진지하고 성실하게 답변을 했다”며 “준비를 철저히 해서 (식사 시간을 포함한) 3시간의 조사 시간이 부족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정호영 특별검사팀 수사일정
날짜내용
1월 15일정호영 특별검사팀 발족
18일㈜한독산학협동단지 사무실 등 5곳 압수수색
20∼21일법원, ㈜다스 본사 등 압수수색 영장 두 차례 기각
첫 소환자 상암 DMC 담당관실 전 직원 최모 씨 조사
22일김경준 전 BBK 대표 소환 조사
31일김재정(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처남) 다스 대주주, 윤여덕 한독 대표 소환
2월 2일최령(전 서울시 산업국장) SH공사 사장 소환 조사
4일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 소환 조사
9일이상은(이 당선인 맏형) 다스 회장 조사
13일이장춘 전 주필리핀대사 소환 조사
17일당선인 방문 조사
22일경수사 결과 발표
23일수사기한 종료(40일간)
25일이명박 제17대 대통령 취임

▽이 당선인 관련 의혹 ‘무혐의’ 결론 낸 듯=특검팀은 이 당선인에 대한 방문 조사를 끝으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하며 발표문 작성에 들어갔다.

특검팀 주변에선 이 당선인 관련 혐의 대부분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는 관측이 많다.

BBK 주가 조작 사건의 경우 김경준 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데다 미국 법원에서 김 씨의 사기 및 횡령 혐의를 인정하는 1심 판결까지 나와 김 씨의 단독 범행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특혜 분양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당선인의 연루 사실은 확인하지 못한 채 ㈜한독산학협동단지가 분양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고, 서울시 담당자들이 관리하지 못한 일부 혐의만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정 특검이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밝히겠다”고 별러 온 ㈜다스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문제가 남은 쟁점이다. 검찰은 지난해 “도곡동 땅은 제3자의 소유”라고 모호하게 발표해 논란이 됐다. 특검팀은 지난해 검찰이 손대지 않은 자금 흐름까지 면밀히 추적해 왔다.

▽조사 결과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이 당선인이 25일 취임하면 현직 대통령인 만큼 형사 소추할 수가 없다. 재판하려면 임기가 끝나는 5년 뒤에나 가능해 사실상 시비를 가리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특검팀의 수사 결과는 수사 시한 직전인 21일이나 22일경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은 이 수사 결과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이번 수사가 이 당선인을 겨냥한 만큼 이 당선인을 최종 보고대상으로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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