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연 정동영 “신당 창당 안한다”

“왜 눈물이…”
정동영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3일 충북 보은군 속리산에서 지지모임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 회원들과의 산행에 앞서 연설하던 중 지지자들이 ‘정동영’을 연호하자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고 있다. 이를 부인 민혜경 씨가 지켜보고 있다. 보은=연합뉴스

대선 패배 후 ‘묵언수행’을 강조하며 정치적 사안에 대해 침묵을 지켜 왔던 정동영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3일 본격적인 정치 활동 재개를 시사했다.

정 전 후보는 이날 자신의 지지 조직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 회원 400여 명과 함께 충북 보은군 속리산을 등반하며 당내 공천 문제 및 ‘제3지대’ 신당 창당설, 손학규 대표 체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을 밝혔다.

정 전 후보는 그동안 당 일각에서 나왔던 신당 창당설에 대해 “(대선) 후보로서, 당원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길은 제대로 된 야당을 일으켜 세우는 데 조력하는 것”이라면서 ‘신당 창당은 안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대선 패배의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남은 책무를 어떻게 다할지 생각해 봤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전 후보는 “당이 지금 정당 정치, 민생 정치, 개혁 정치 등 3중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지금은 고릴라 같은 거대 여당의 출현이 분명하다. 그런 당이 나오면 짓밟히는 것은 약자들뿐”이라고 말했다.

4월 총선을 위한 공천과 관련해서는 “지금 (우리가) 지지율 한 자릿수 정당임을 자인한 후에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면서 “개혁공천만이 희망의 씨앗이며 당이 살아남을 길이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지지자들) 절대 다수가 재결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민주당과) 합당 선언까지 하고 이뤄지지 못해 통탄스럽다. (양당 통합을) 마무리 짓는 역할이 있으면 돕겠다”고 말했다.

또 “야당이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데 개혁세력을 통합함으로써 진정한 개혁세력의 집결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민주당과의 통합은 절차적인 문제나 작은 이해관계를 떨쳐 내고 반드시 설 전에 이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후보는 전날 손 대표와의 통화에서 선명하고 강한 야당 건설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후보와 손 대표는 이르면 4일 회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 전 후보는 손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진하는 영어 몰입교육,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통일부와 농촌진흥청 폐지 등 시대착오적이고 민생을 안중에 두지 않는 노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비판해야 한다”면서 “지금 신당의 목소리가 너무 약한데 나부터 확실한 야당 정치인의 길을 가겠다. 어설픈 여당 마인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출마 등 거취 문제는 설이 지난 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보은=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