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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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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폐지 막으려 로비 말고 나라 생각을”
국민보고대회 참석 작심한듯 강한 비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2일 “어느 나라 공직자보다 많은 경험과 능력이 있지만 어떻게 하다가 한국 공직자(의 행태)가 이 시대에 약간의 걸림돌이 될 정도의, 위험 수위에 온 것 같다. 조금씩은 자기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그레이트 코리아 국민보고대회’ 인사말에서다. 공직사회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요구한 이 당선인의 이날 발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후 계속돼 온 공직사회 비판 중 가장 강도가 높았다.》
○ “새 정부는 도우미 역할”
이 당선인은 ‘대불공단 전봇대’로 상징되는 공직사회의 규제 마인드와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일부 부처의 조직적 저항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선 후) 한 달간 국정을 샅샅이 살피면서 (정부 규제로) 이렇게 사방에 막힌 곳이 많은데 어떻게 (한국이) 용케 여기까지 왔나, 참 기적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기업들은 (정부가) 길만 터 주면 참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부가 규제로) 용케 길목은 다 막아 놨다, (막아야 할) 길목을 잘 알더라”며 “이제 (새 정부가) 길목을 좀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선거 기간 중) 10년 내에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만들어 보자고 했을 때 (공무원 사회 등) 많은 사람이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안 되는 이유를 많이 이야기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새 정부가 (시장을) 끌고 가는 일은 없을 것이며 최소한의 감독 기능과 최대한의 도우미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규제 완화 방침을 거듭 분명히 했다.
○ “공무원, 대한민국 생각해야”
이 당선인은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기업하시는 분들이 (각종 인허가를 위해) 이 부처, 저 부처 사방을 찾아다니며 교섭해야 했는데 이제 세계가 융합, 통합의 시대로 가니까 흩어져 있는 정부 기구를 시대에 맞는 기구로 만들기 위해 추진한 것이다. 억지로 (부처 수를) 줄이는 게 아니다”라며 공직사회 일각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어느 부처는 공직자들이 산하 기업들을 동원해 인수위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자기 부처 없어지는 것을 (막아 달라고) 로비하고 다닌다. 그건 다 옛날 방식이다”면서 “그래 가지고는 ‘그레이트 코리아’를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선인은 “저도 옛날 (기업에 있을 때)에 부탁받아서 (로비하고) 그렇게 해 봤지만 지금은 그런 것은 통하지도 않고 굉장히 낡은 수법”이라고 비판한 뒤 “공직자도 자기 자리만 생각할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일반 국민에 대해서는 ‘아주 능력 있는’, 기업인에 대해서는 ‘능력 있는’,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마음만 고쳐먹으면 잘할 수 있는’ 집단이라고 평가해 ‘정신 재무장’에 준하는 대대적인 공직사회 혁신 프로그램 실행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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