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결정 - 집행 빠르게… 기획재정부 ‘원톱’ 체제로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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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예산편성-정책조정-세제-국제금융 도맡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 수립-금융기관 감독 기능 총괄

지식경제부 산업-정보기술-연구개발 등 기업 일괄지원

국토해양부 건설-해양-물류 일원화… 대운하사업 주도

농수식품부 농업-수산업 통합… 식품산업 전략적 육성

■ 경제부처 일 - 효율 따라 교통정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6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의 특징 중 하나는 경제 부처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원 톱’ 체제로 바뀐다는 것이다. 지금도 재정경제부가 경제 부처들을 대표하고 있지만 예산 편성 기능이 없다 보니 ‘종이 호랑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세제(稅制), 정책 기획 및 조정 기능은 물론 돈줄까지 틀어쥐게 돼 명실상부한 수장(首長) 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과거 재정경제원에 버금가는 ‘공룡 부처’가 출현했다는 점에서 브레이크 없는 독주가 우려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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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처 ‘원 톱’ 체제로=기획재정부는 크게 기획예산처의 예산 편성과 관리, 재경부의 경제 정책 수립 및 조정, 국고(國庫), 세제, 국제금융 업무를 맡는다. 여기에 국무조정실의 정책 조정 기능까지 추가된다.

반면 재경부에 있던 금융정책 기능은 신설되는 금융위원회로, 소비자 정책은 공정거래위원회로 이관되며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폐지된다.

표면적으로는 재경부가 대폭 축소되면서 기획예산처로 흡수되는 형태지만 결과적으로는 막강한 권한을 쥔 대형 부처가 새로 탄생하는 셈이다.

인수위는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재경부와 총리실의 정책 조정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예산과 국고, 세제 기능이 분산돼 재정 건전성을 통제하기 어려웠다”며 기획재정부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새 정부가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라도 일사불란하고 효율적인 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환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해체된 재정경제원처럼 세금을 거두고 집행하는 기능을 한 부처에 맡기면 정부 내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여기에 새로 부활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의 역할 분담도 숙제로 남아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있는 경제수석이 기획재정부와 충돌하게 되면 경제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어디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승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은 “컨트롤 타워는 기획재정부이며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경제 철학을 각 부처에 전파하는 메신저”라고 말했다.

▽기능별로 일원화=재경부와 예산처를 뺀 나머지는 크게 금융, 산업, 국토관리 및 물류, 농수산업 전담 부처로 재편됐다.

금융부문은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가 맡는다.

현행 금융감독 체계는 법률 제정 및 개정권을 갖고 있는 재경부가 금융정책을 총괄하고, 금융감독위원회는 감독 규정을 총괄하며 금융감독원은 금감위의 지시를 받아 감독 업무를 집행하는 3중 구조다. 이 때문에 금융정책과 감독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금융 규제가 양산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 인수위가 금융정책 기능과 재경부 산하에 있던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금융정보분석원을 금융위원회로 넘김에 따라 감독 체계가 2단계로 줄게 됐다. 또 정책 부문과 집행 부문 간 견제를 위해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장을 겸임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도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의 감독을 받도록 돼 있어 견제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산업 부문은 산업자원부의 고유 업무에 정보통신부의 정보기술(IT)정책, 과학기술부의 연구·개발(R&D) 기능을 합친 지식경제부가 담당한다.

정통부가 존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셌지만 인수위는 “핀란드에는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노키아’가 있지만 IT 전담 부처는 없다”며 IT 기술이 자동차 등 다른 산업과 연계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 건설교통부는 해양수산부의 해양 개발과 항만 건설, 해운 물류 기능을 가져와 국토해양부가 된다. 국토해양부는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는 식품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식품 행정을 일원화한다는 차원에서 해양수산부의 어업수산 정책과 보건복지부의 식품산업진흥정책을 합쳐 농수산식품부로 확대 개편된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통일부 39년만에 역사 속으로▼

외교통일부가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 역할

靑-신당 반대… 개편안 처리 걸림돌 될 수도

외교안보 관련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은 통일부가 폐지되고 현재 외교통상부가 외교통일부로 기능이 확대되면서 외교안보정책의 ‘컨트롤 타워’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통일부 존폐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폐지 결정을 했지만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이에 반발하고 있어 정부조직개편안 국회 통과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 폐지 및 외교통일부 신설=박재완 인수위 정부혁신·규제개혁 TF 인수위원은 16일 통일부 폐지 배경에 대해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은 더는 특정 부처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부처가 추진할 과제”라며 “통일부의 기능을 경제교류 활성화와 남북대화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수위 측은 두 부처의 통합으로 통일정책을 좀 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는 국제적인 맥락 속에서 통합적 외교안보 구도를 만들고, 유리한 통일 환경과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

통일부의 폐지에 따라 통일부의 기능 가운데 북한이탈주민 지원은 지방자치단체로, 대북 경제협력은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로, 대북정보 분석은 국가정보원으로 각각 이관하기로 했다. 나머지 기능은 외교통상부로 흡수된다.

이에 따라 1999년 개원한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일명 하나원)는 해당 지자체로 관리 업무가 넘어가고 북한 공식매체에 나온 정보의 분석을 맡아온 통일부 정보분석본부는 국정원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천호선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통일부 폐지 방침에 대해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간 화해협력의 증진을 이행하고 북한의 변화를 관리하고 통일을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전담부서 폐지는 염려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통일부를 폐지하겠다는 인수위의 결정은 통일에 대한 철학과 현재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인식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재완 인수위원은 “통일부 폐지가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협상을 위한 ‘히든 카드’라는 관측을 단호하게 부인한다”며 국회 협상과정에서의 통일부 존치 가능성을 일축했다.

▽기능 강화되는 외교통일부=통일부의 기능을 흡수한 외교통일부는 기존의 통상업무도 그대로 수행한다. 특히 인수위가 청와대 조직 개편과 관련해 현재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을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외교통일부는 그야말로 ‘대외교섭의 총괄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교부가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원 톱’으로 부상하면 부처간 안보정책을 조율해왔던 안보정책조정회의도 현재의 청와대 안보실 주도에서 외교통일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통일부 기능이 흡수돼 통상교섭본부처럼 ‘대북정책본부’가 신설되고 총괄 차관이 한 명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 역사=통일부는 1969년 3월 ‘3실 1과 7담당관 체제’에 직원 45명인 국토통일원(장관급)으로 출발했다. 이후 1980년 남북대화사무국이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이관돼 남북회담 기능을 수행하면서 부처의 틀을 갖췄다. 1990년 12월 통일정책 총괄 조정 및 교류협력 기능이 추가됐고 명칭도 통일원(부총리급)으로 변경됐다. 이어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면 통일부(장관급)로 개편됐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정동영 이종석 등 실세 장관들이 맡으면서 외교안보 부처의 정책 방향을 주도하는 등 부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다. 현재 통일부는 5개 본부와 2개 단, 소속 기관 등에 550여 명의 정원을 두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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