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 기대 못미쳐”…인수위에 혼쭐난 교육부

  • 입력 2008년 1월 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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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서 눈 못 떼는 교육부 간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 업무 보고에서 교육부 간부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종승  기자
자료서 눈 못 떼는 교육부 간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 업무 보고에서 교육부 간부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종승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부 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열린 교육인적자원부의 업무보고에 대해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라며 “10년 이상 지속된 관치 관행을 되돌리는 것이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도 인수위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2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교육부 업무보고에서는 교육부에 대한 인수위 사회교육문화 분과 위원들의 강한 질책과 교육부 관료들의 항변이 오갔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구체적인 대안 없이 고려 사항과 선결 과제 등의 전제를 달아 책임을 떠넘기는 교육부의 태도와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자화자찬식 평가에 대해 질책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원의 임용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한다는 향후 계획에 ‘교원단체 및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달았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설립에 대한 권한 이양 계획을 밝히면서도 ‘과열 진학 경쟁을 방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등의 전제를 달았다. 이 때문에 “새 정부 공약을 집행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다.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에 대해서도 3월부터 여론을 수렴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가 인수위로부터 “2월까지 개선안을 내라”는 호통을 듣기도 했다.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교육부 간부들도 현 정부의 방침에 따라야만 했던 고충 등을 토로했다.

이들은 “참여정부의 이념 지향적 정책 운용 때문에 교육정책을 둘러싼 갈등 조정에 한계가 있었다”며 “(보고서 내용에) 문제점과 시행착오도 있지만 고뇌와 자성으로 만든 업무 보고서라는 것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특목고 설립과 대학입시 등에서 통제와 간섭이 심했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 부족했다”며 스스로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도 했다.

인수위는 “중앙 부처는 가급적 머리 역할을 담당하고 수족 기능은 지방에 과감히 이양하라”며 “논의된 내용을 교육부가 검토한 뒤 추가 보고로 잘 마무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업무보고를 마친 교육부 관계자들은 “대입정책과 자립형사립고 외국어고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깨질’ 각오를 했고 교육부의 처지를 충분히 설명했다”며 “아직 현 정부가 있는데 그 정책을 스스로 부정하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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