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속전속결 경제행보 vs 盧, 의욕 넘친 정치발언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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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비슷했지만 갈수록 달라진다.’

19일 당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보여준 언행을 5년 전 같은 기간의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하면 대체적으로 이런 평가가 가능하다. 그만큼 쏟아낸 말과 행동의 지향점이 다르다.

특히 이 당선자의 행보는 경제에, 노 대통령은 정치에 방점이 찍혔다. 노 대통령은 강성 발언이 많았고, 이 당선자는 실용을 강조하는 말을 많이 했다. 쏟아낸 말의 분량은 노 대통령이 이 당선자보다 많았다.

○ 1일차(20일)=두 사람은 첫 일정으로 나란히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이 당선자는 방명록에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노 대통령은 “멸사봉공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이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 당선자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가겠다.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당선 일성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재벌의 불합리한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2일차(21일)=이 당선자는 주한 러시아, 중국 대사를 만났다. 러시아 대사에게는 “동부 시베리아 개발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부터 이틀 간 제주도 펜션으로 휴가를 떠났다.

○ 3일차(22일)=이 당선자는 안가에서 휴가를 보냈다. 지인들과 테니스를 4시간 넘게 쳤다. 노 대통령은 휴가를 마치고 귀경했다.

○ 4일차(23일)=이 당선자는 별 일정 없이 정국 구상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회동했다. 이에 앞서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전제로 “2004년 총선에서 다수당에 총리를 넘기겠다”며 정계개편의 시동을 걸었다.

○ 5일차(24일)=이 당선자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만나 논란이 일었던 ‘대권-당권 분리론’에 대해 “당헌 당규를 고치는 일 없을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노 대통령은 선대위 소속 당직자에 대해 “다면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말해 다면평가 제도에 대한 공직 사회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 6일차(25일)=이 당선자, 노 대통령 모두 인수위원장을 임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아들 결혼식을 치렀다.

○ 7일차(26일)=이 당선자는 인수위 현판식을 갖고 “국민을 잘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경기 양평의 한 콘도에서 열린 민주당 연수회에서 “인사 청탁하다 걸리면 패가망신이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 8일차(27일)=이 당선자는 인수위 조직에 대해 “당초 계획보다 20%가량 줄이라”고 지시했다. 인수위원들의 책상도 나무 재질에서 철제로 바꿨다. 노 대통령은 당선 직후 불거진 북한 핵 사태에 대해 이날 첫 성명을 내고 “북한은 핵 관련 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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