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방만경영 공기업 민영화 해법은…‘한국판 테마섹’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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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 테마섹 모델’을 적용한 민영화 작업을 집권과 동시에 본격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마섹 모델은 싱가포르의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이 자국 공기업을 민영화하면서 사용한 방식으로 국가가 공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되 경영은 민간 전문가에게 맡겨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21일 한나라당과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내년 중 ‘공기업 민영화 추진계획’을 수립한 뒤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공기업을 민영화할 예정이다. 민영화 방안으로는 테마섹 모델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당선자의 핵심 측근은 “테마섹 모델은 이 당선자가 직접 낸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선자 캠프의 경제 브레인들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고 전했다.

이럴 경우 테마섹과 같은 역할은 한국의 국부(國富)펀드에 해당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맡거나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 전담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당선자의 선거 캠프에서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현 법무법인 세종 고문)도 지난해 초 우리은행의 민영화 방안으로 테마섹 모델을 제안했다.

황 전 행장은 “지금의 국유국영(國有國營) 체제에서 국유민영(國有民營)으로 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싱가포르에어라인처럼 테마섹이 최대 주주지만 경영은 민간 전문가가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책임 경영을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어라인은 세계적인 여행 전문지인 비즈니스트래블러가 ‘2007 최우수 항공사’로 선정한 기업으로 올 9월 말 현재 테마섹이 전체 지분의 54.58%를 보유하고 있다.

새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안이 구체화됨에 따라 주무 부처인 기획예산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 대비해 테마섹 모델에 대한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테마섹 모델은 정부의 경영 간섭 배제를 전제로 하는 만큼 예산처의 공기업 관리감독 기능도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테마섹(Temasek)::

싱가포르 정부 자산을 운용하는 국영투자회사. 싱가포르에어라인을 비롯해 싱가포르개발은행, 싱가포르텔레콤, 싱가포르전력 등 주요 공기업의 주주. 스탠더드차터드은행과 하나금융그룹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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