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사슴을 말이라 우길 순 없어"

  • 입력 2007년 12월 17일 22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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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17일 "특검이 아니라 무엇을 하더라도 (BBK사건에 대한 수사의) 결과는 같을 것이다. 사슴을 말이라 우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KBS와 MBC를 통해 방영된 선거방송연설에서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저는 어제 정략적 특검인 줄 뻔히 알면서도 수용했다. BBK에 관한 한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를 인용,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날 공개된 'BBK 육성 동영상'에 언급하면서 "동영상에 담긴 강연을 할 당시에는 (BBK 전 대표인) 김경준 씨와 동업관계에 있었고 사업을 쉽게 소개하고 홍보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풀려진 내용이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이것은 누구의 것이고 저것은 누구의 것이라는 점을 밝히는 내용이 아니었다. 바로 그 강연 전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는 'BBK는 김경준이 설립한 것이고 제가 그 사람을 전문가로 영입해서 함께 일하게 됐다'고 명확히 말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어 "사기범과 손잡고 저를 공격하더니 이제는 공갈범과 손잡고 공격하고 있다"며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난한 뒤 "특히 정치공작으로 망한 이회창 후보가 정동영 후보와 손을 잡고 저를 공격하는 것을 보면서 여의도 정치가 이런 것인가 하는 무상함을 느낀다"며 두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그는 또 청와대에 대해 "더 가관이다. 선거중립 의무는 내팽개치고 범죄자를 매개로 한 반(反)이명박 동맹에 가담해 못된 짓을 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이 임명한 검찰의 수사를 부정하는 이 정권의 후안무치가 놀라울 뿐"이라고 힐난했다.

이 후보는 앞서 YTN을 통해 방영된 방송연설에서도 "음해와 공작, 물리적 충돌로 얼룩진 여의도정치를 이제는 바꿔야 하기 때문에 특검을 수용했다"면서 "지난 여름 제가 일본인이라는 거짓말을 바로잡기 위해 (검찰 수사관에) DNA 세포를 떼어내 주던 바로 그 심정으로 정략적 특검인 줄 알면서도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5대 병폐를 △무능한 리더십의 병 △투자하지 않는 경제의 병 △방만한 정부의 병 △꿈이 없는 교육의 병 △심화된 양극화의 병으로 진단한 뒤 "이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정권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정권교체는 모든 일의 출발이나 정권교체만으로 성공적인 정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국민을 섬기는 겸손한 대통령 △창조적 도전을 통해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대통령 △세계가 인정하는 대통령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대통령 △국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대통령 △소프트파워를 키워 국격을 높이는 대통령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이 새로운 도약을 할 것인지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면서 "남을 헐뜯고 깎아내리는 '부정의 정치'가 아니라 북돋우고 포용하는 '긍정의 정치'로 희망을 만들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이 후보는 호남과 수도권에서 막판 승세 굳히기에 주력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익산의 익산문화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북 발전공약을 발표한 뒤 경기도 수원 지동시장에서 거리유세를 했다. 대선 하루 전인 18일에는 서울 유세로 공식선거운동의 '피날레'를 장식할 계획이다.

이 후보는 수원 유세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공개한 BBK 동영상이 공작정치의 일환이며 BBK 수사가 재개되든 특검을 하든 '무혐의' 결론이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BBK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나는 특검을 하든 재수사를 하든 당당하고, 사실은 사실이니까 어떤 것도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권교체를 방해하러 청와대까지 개입했다. 나는 이런 것을 예측했지만 사실이 아니니까 당당하게 나가고 뒤에 와서 타협해도 받지 않았다"면서 "사기범의 말을 믿고 대한민국 검찰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이제는 공갈범의 말을 믿고 저를 협박하고 있다"고 범여권을 비난했다.

이 후보는 또 "이 분들이 순수하게 특검해서 나를 조사하겠다고 한다면 걱정도 안한다"면서 "이 검찰이 어떤 검찰이냐. 이명박을 죽이려고 조사하다가 너무 심하게 조사하다보니 무혐의를 찾아낸 것이지 나를 봐주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나만큼 몽땅 발가벗겨 조사당한 사람은 처음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신당 정동영 후보를 겨냥, "검찰이 아니라고 하고 사실이 아닌 데도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대선에 그것 하나만 붙들고, 국민을 위해 뭘 하겠다고는 안하고 BBK와 사기범, 공갈범에 매달려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시장에 모여든 3500명의 청중들을 향해 "도와주시기 바란다"는 호소를 수차례 거듭한 뒤 "마지막 정치 음모 속에서 나를 지켜줄 사람은 오직 여러분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익산 회견에서 이번 대선에서 만큼은 호남이 지역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를 살릴 대통령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과거 호남이 정치에 묶여있는 동안 안타깝게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됐고 경제는 낙후됐다"면서 "호남에는 지금 무엇보다 경제를 살릴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겨냥해 "여당에 높은 자리 차지한 정치인들, 그동안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밀어준 분들이 과연 호남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고 물은 뒤 "정치인의 화려한 말 백 마디보다 기업 하나 더 들어오는 게 호남에는 훨씬 중요하다. 이제는 지연도, 학연도, 혈연도 떠날 때만이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호남인 한분 한분의 선택이 호남의 역사를 바꾸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힘이 될 수 있다"며 "이번에는 호남인들도 저 이명박에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아울러 △새만금 경제자유기지 조성 및 가칭 '새만금 개발청' 설립 △ 새만금 광역도시권 구축 △전북 교통망 확충 △서해 국제해양 관광권 조성 △호남운하 건설 △한방·농산물 신산업벨트인 '전북 신산업 아고라' 조성 △전북 동남부웰빙 장수 산업타운 조성 등을 공약했다.

한편 대선 투표를 위해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재(在) 중국 한인 대표자들과 김규철 남북경협시민연대 대표를 비롯한 남북경협 관련 시민단체 대표단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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