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BBK 동영상' 불똥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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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오후 개최한 제3차이자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는 이날 공개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설립' 관련 육성 동영상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동영상을 공개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비롯해 이른바 '반(反) 이명박 진영'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며 토론 모두발언 때부터 거칠게 몰아붙였고, 이명박 후보는 이를 '네거티브 공세'로 규정하며 역공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토론이 대선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경제이슈를 주제로 열려 논점이 분산된데다 사회자가 수차례 "주제에서 벗어난 인신공격이나 비방은 삼가달라"고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험악한 설전으로 까지는 발전하지 않았다.

◇모두발언부터 '동영상 신경전' = 예상대로 토론 시작부터 'BBK 동영상'에 대한 첨예한 신경전이 연출됐다.

첫 발언자로 나선 이명박 후보는 "저는 동영상의 대가로 30억 원을 내라는 공갈을 받았지만 (협박범을) 경찰에 신고했다"며 동영상을 공개한 신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뒤 "오늘 오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수사를 요청했다. 드디어 새로운 공작이 나오는 것 같다. 엄정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고 청와대를 공격했다.

그는 특히 "오늘은 가장 중요한 경제를 토론하는 날이고, 저는 경제관계 이야기를 말하겠지만 몇 가지 감회를 말하겠다. 그동안 많은 음해공작에 시달렸으나 국민은 잘 아실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후보들의 공격에 앞서 'BBK 동영상'을 네거티브로 규정하며 선수를 친 셈.

그러나 다른 후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명박 후보에 대한 대대적인 '연합공세'를 폈다.

신당 정 후보는 "오늘 한나라당 후보가 스스로 거짓말쟁이임을 드러냈다. 신용파탄자임을 드러냈다"고 재차 비난한 뒤 "이 후보는 (동영상에서 강연을 했던) 광운대에 갔었는가. BBK를 설립했다고 말했는가"라면서 "그랬다면 이 자리에 앉아 있어서는 안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네거티브는 있지도 않을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번 일은) 이 후보 자신이 말한 게 문제가 되고 있다"며 "도둑이 자기를 고발한 시민에게 '왜 네거티브를 하느냐'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퇴진을 초래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급한 뒤 "거짓이 드러났으면 사퇴하고 진정한 대안을 찾는 것이 도리"라고 지적했으며,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도 "이명박 후보를 믿었던 국민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런 후보가 어떻게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느냐"고 가세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정동영 후보는 남 탓에 앞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운을 뗀 뒤 "이명박 후보는 진실로 국민을 생각해 사퇴해야 한다"며 여론지지율 1, 2위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反이명박 후보들' 파상공세 = 주제에서 벗어난 정치공세에 대한 진행자의 자제 요청이 계속된데다 일대일 상호토론과 지정토론이 없어 'BBK 동영상' 공방이 지속되진 못했지만 정동영, 이회창 후보 등은 '마지막 TV토론'임을 감안한 듯 이명박 후보에 대한 파상공세에 열을 올렸다.

정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BBK 동업할 때 '사이버금융의 틀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사기를 당했다"고 비꼰 뒤 "한국경제를 확 바꾸겠다고 하는데 한국경제가 확 부도나는 쪽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며 "부패경제와 정경유착이 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온다"고 몰아붙였다.

이회창 후보도 "경제는 나라가 안정돼야 한다. 얼마 전 국회안에서 여야 의원들이 '이명박 특검법'을 놓고 몸싸움하고 격투를 했다"면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5년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영길 후보도 "국가경영은 도박하듯 하면 안된다. 대박을 바라고 BBK를 만들었는데 쪽박을 차지 않았느냐"고 지적했고, 문국현 후보는 대규모 분식회계로 문제가 됐던 미국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을 거론하며 "이명박 후보를 보면 160년 형을 받은 레이 회장이 생각난다"고 비아냥거렸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이명박 대 반(反) 이명박' 구도는 재연됐다.

정동영 후보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며칠 전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과거로 돌아간다고 보도했다"면서 "이번 선거는 좋은 경제냐 나쁜 경제냐, 진실이냐 거짓이냐의 대결"이라며 이명박 후보와 각을 세웠다.

이회창 후보도 "의혹덩어리, 부패가 계속된다면 무엇 때문에 정권교체가 필요하느냐"며 이명박 후보를 겨냥했고, 이인제 후보는 "대통령은 도덕적인 힘으로 나라를 이끌 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여유로운 반격' = 이 후보는 토론 초반 'BBK 동영상'에 대한 공격을 염두에 둔듯 결기에 찬 굳은 표정을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비교적 특유의 여유있는 표정으로 다른 후보들의 질문에 응수해가며 오히려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 후보는 먼저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겨냥, "이 후보는 2002년 대선에서 '김대업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 대선에서는 반대편에 서서 네거티브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깊이 생각해 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정동영 후보가 "경제가 10년 걸려 겨우 살아났다"며 참여정부의 경제실정을 반박하자 "정 후보는 말을 잘하는데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같지 않다"면서 "노무현 정권에서 잘못된 것은 피하고 잘된 것은 자기가 했다고 하는데 경제가 잘된 게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이 후보는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때때로 "이번 선거는 정책공약보다는 네거티브로 흐르고 있다"면서 확전을 막는 모습도 보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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