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측 “한글본이 이면계약서” 이명박측 “만든적도 없다”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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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김경준 씨의 아내 이보라 씨가 21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이 씨의 기자회견 직후 모든 화력을 동원해 ‘김경준=사기꾼’이라는 논리 확산에 주력했다. 이날 제기된 핵심 쟁점에 대한 양측의 주장을 짚어 본다.

○ “이면 계약서는 4개” vs “정면 계약서만 있다”

이 씨는 우선 이 후보와 김 씨가 처음 만난 시점이 BBK가 설립된 1999년 4월 이전인 그해 초라고 주장했다. 정확한 날짜와 장소를 밝히지 않은 이 씨는 “이런 소소한 사실에 대해서도 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은 “2000년 1월 서울의 이 후보 사무실에서 김 씨를 처음 만났으며 1999년에 이 후보는 미국 워싱턴에서 연수 중이었다”고 일축했다.

BBK의 실소유주 논란의 핵심 열쇠인 이면계약서에 대해서도 설명이 엇갈렸다.

이 씨는 BBK 관련 이면 계약서가 4개(1개는 한글판, 3개는 영문판)가 있으며 △한글 계약서는 이 후보가 BBK를 소유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나머지 영문 계약서는 EBK증권 중개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LKe뱅크와 ‘e뱅크 코리아 증권’ 간의 계약서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글 계약서에는 이 후보의 도장이 찍혀 있고, 3개의 영문 계약서에는 이 후보의 서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은 이면계약서는 없고 영문 계약서에 이 후보의 서명이 있다면 LKe뱅크와 AM 파파스 간 주식거래계약서에 쓰인 서명이 위조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당 클린정치위원회 소속 고승덕 변호사는 “오직 정면 계약서만 있다”며 김 씨가 이 후보에게 LKe뱅크 설립 등 사업을 주도적으로 제안한 증거라며 김 씨의 자필 메모와 편지를 공개했다.

‘2/7 Meeting’으로 시작하는 메모에서 김 씨는 △업체의 인터넷 도메인 명을 ebank-Korea.co.kr, ebank-Korea.com으로 정할 예정이며 △‘이명박 씨 also wants to be 대표이사’라고 적는 등 사업을 주도했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또 김 씨는 2000년 2월 9일 이 후보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이 후보)이 초기 투자를 하면 (누나인) 에리카 김이 곧 투자를 할 것”이라고 적은 것도 김 씨가 관련 사업을 주도한 증거라고 고 변호사는 주장했다.

○ “이 후보가 LKe뱅크 명함 사용했다” vs “일부 위조됐고 나머지는 폐기”

이보라 씨는 이 후보의 여비서인 이진영 씨의 미국 법정 증언을 근거로 이 후보가 LKe뱅크, BBK, EBK 등의 대표이사 직함이 기재된 명함을 실제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이진영이라는 이 후보의 최측근은 2006년 8월 28일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이뤄진 미 연방검사의 소환조사에서 이 후보의 이름이 쓰여 있는 명함과 이 후보의 사진이 실린 홍보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자료들이라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나경원 대변인은 “이 후보의 이름이 적힌 명함 및 홍보물의 일부가 위조됐고, 일부는 존재는 했지만 폐기됐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이 후보의 큰형과 처남이 대주주인 ‘다스’가 BBK에 190억 원 전액을 실제 투자했는 지 등을 놓고도 양측의 주장이 달랐다.

이 씨는 다스 측이 2000년 12월 말 투자했다는 80억 원(190억 원의 일부)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점 등이 다스가 190억 원 전액을 투자하지 않은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 대변인은 “다스가 190억 원을 BBK에 분할 투자한 근거 서류를 모두 완벽하게 검찰에 제출해 소명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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