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나” 의원들 불만 폭발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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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간 정동영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는 13일 오후 광주 구동체육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선거대책위 및 가족행복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광주의 자존심을 매도할 사람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민주당과 합당키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김동주 기자
광주에 간 정동영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는 13일 오후 광주 구동체육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선거대책위 및 가족행복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광주의 자존심을 매도할 사람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민주당과 합당키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김동주 기자
■ 신당, 합당선언 하루만에 뒤집기 왜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가 민주당과의 합당 선언 하루 만에 합당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고 나선 데는 한 달 뒤의 대선보다는 내년 4월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현역 의원들이나 당직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셌던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에서는 특히 전당대회 일정을 내년 6월로 못 박음으로써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국회의원 선거를 오충일 박상천 공동대표 체제로 치러내야 하는 데 대해 불안감과 거부감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대두됐다. 정치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오 대표는 ‘얼굴 마담’으로만 있게 되는 대신 박 대표가 공천권 등 권한을 행사하게 되면 신당에 일찍 몸담은 사람들의 ‘기득권’이나 ‘지분’은 보장받을 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밀실 합의 잘못됐다”=대통합민주신당 내 각 계파 의원들은 13일 이른 아침부터 모임을 갖고 전날 정동영 대선 후보, 오 대표가 민주당 측과 합의한 문안을 따를 수 없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선 후보 경선 때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지지했던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 진영 의원 21명은 이날 오전 7시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회동했다. 이들은 “원칙 없는 합당 협상은 국민에게 아무런 감동도 줄 수 없다. 당내 의견을 수렴해 최고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리했다.

윤호중 의원은 “원칙도 없고 절차도 무시된 합당 합의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인 이 전 총리가 합당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사실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선병렬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를 한낱 ‘심의기구’로 전락시키는 것은 고양이(민주당을 지칭)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했다.

이날 정동영 대선 후보 지원차 광주로 내려간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안 되는 것 같다. 지역 정당의 모습을 띠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김원기 정세균 장영달 원혜영 이미경 의원 등 당내 중진의원 그룹도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 모여 향후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오영식 의원은 “당내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었다는 점과 지분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선 승리보다는 총선을 염두에 둔 듯한 모양새로 국민에게 비친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상희 양길승 최고위원이 포함된 당내 시민사회세력인 미래창조포럼도 성명을 내고 “오직 정치적 지분 나누기로 보이는 합당 및 단일화 논의는 백지화돼야 한다. 우리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중대한 결단’도 불사할 수 있다”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 밖에 초·재선 의원들도 ‘4자 합의’가 이뤄진 12일 오후부터 3, 4명씩 모여 ‘밀실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위원들끼리 몇 차례 고성과 설전이 오고간 끝에 전날의 논의를 ‘백지화’하자는 결론이 도출됐다. 합당 발표 이후 당 홈페이지에는 200여 건의 항의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민주당이 점령군 되는 것 아니냐”=대통합민주신당의 전당대회는 당초 당헌에 2008년 1월로 예정돼 있었다. 이 때문에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시민단체그룹 외에 8월 창당 당시 ‘지분’을 어느 정도 인정받고 들어간 손 전 지사 측 선진평화연대 출신 인사들도 손 전 지사의 당권 획득과 이를 통한 세력 확대를 노려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당과의 전격 합당과 전당대회 내년 6월 개최 합의로 이 같은 기대가 어긋나게 됐다.

대통합민주신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박 대표가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가뜩이나 당내 경쟁이 치열한 호남지역에서 우리 쪽 인사가 공천 받을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 이인제 후보 쪽에 지분을 챙겨 주게 되면 충청권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한 친노 진영 인사는 “박 대표는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던 사람들에 대해 노골적 불만을 토로해 왔다는 점에서 친노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시민사회 측에서도 “현실적으로 오 대표의 정치력이 약하다는 것이 중론이어서 오 대표가 공동대표로 있어도 우리 측 실익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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