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상공회의소 ‘금산분리’ 시각차

  • 입력 2007년 10월 23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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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신당 정동영 대통령후보는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손경식 회장등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동주기자
23일 오전 신당 정동영 대통령후보는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손경식 회장등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동주기자
"금산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다"(정동영 후보), "폐해를 걱정할 시대는 지났다"(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와 재계 관계자들간에 23일 마련된 간담회에서는 금산분리를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1시간 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 말미에 정 후보가 먼저 금산분리를 화두로 꺼내면서 참석자들간에 의견교환이 있었으나 접점을 찾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외국의 공세에 대응을 하고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시절은 지났다"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꺼내들자 정 후보는 "금산분리 폐지의 근거는 글로벌 스탠더드인데, 세계 100대 은행 가운데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경우는 7곳뿐으로 그 중 독일이 6곳, 영국계가 1곳이다. 완화는 때가 이르다"고 말했다고 최재천 대변인 전했다.

배석했던 김진표 정책위의장도 경제부총리 시절 미국을 방문했을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면 이해관계가 교차해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더라. 독일과 일본의 경제침체 원인 중 하나가 금산분리 철폐인 만큼 한국은 금산분리를 하기를 잘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촬영: 김동주 기자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가 IMF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 된 부분은 여러 제도가 정비되면서 많이 불식됐고 폐해가 생기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금융감독시스템이 굉장히 강화됐고 주식시장 등 내외부의 감시기능 등의 발달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융통성이 필요하다"며 단계적 완화를 거듭 건의했다.

상의측은 간담회에서 상속·증여세 개편, 수도권 기업 역차별 해소,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적극적 입장 표명 등 다양한 건의사항을 내놨다.

정 후보는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활성화에 방점을 둔 자신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염두에 둔 듯 "제가 후보가 돼 혹시라도 염려하시는 분은 마음 놓으셔도 좋다"면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긍정하는 바탕에서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며 다양한 기업 활성화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종업원에 대해) 10년간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의 가업 승계 시 매년 10%씩 상속세를 탕감, 3년 거치 12년 분할 상환 등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게 해 기업의 가업 승계가 전문성 있고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쪽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투자 활성화를 위해 심리, 제도적 측면에서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겠다. 새로운 규제가 진입하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고,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노총이 말하고 있는 통합적 노사관계를 적극 지지한다. 전투적 조합주의를 극복하고 노사협력 관계로 전환해야 하며 약자 보호에 대한 기업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FTA에 대해 정 후보는 "상호주의 관점에서 미국 의회와의 대화가 필요하다"며 "일방이 비준해도 상대가 통과시키지 않으면 어렵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반칙과 변칙, 횡포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튼튼해질 수 없다"며 "작은 기업이더라도 공정한 기회를 보장, 큰 기업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질서와 시스템이 작동하는 게 중요하며 중소기업에 확실한 희망을 만들어 대한민국 경제의 숨통을 터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회의 땅으로 전락한 현실을 바꿔서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시대정신"이라며 "중소기업이 대기업 하청구조에서 신음하는 불공정한 현실을 개선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최근 야당 후보가 금산분리를 해제하자고 하는데 10년 전 일부 재벌이 종금사를 사금고화해 IMF의 도화선이 됐던 뼈아픈 기억을 우리는 잊지 않았다"며 "정글 자본주의로 가자는 주장"이라고 맹비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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