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측 “밀리면 끝장” 孫-李 “더 얻어내자”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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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들과 대책 논의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이 파행을 빚고 있는 가운데 오충일 대표(오른쪽) 등 당 지도부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장영달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김호진 전 노동부 장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왼쪽부터) 등 당 중진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중진들과 대책 논의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이 파행을 빚고 있는 가운데 오충일 대표(오른쪽) 등 당 지도부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장영달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김호진 전 노동부 장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왼쪽부터) 등 당 중진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가 서울 경기 등 남은 8개 시도 대선 순회 경선을 14일 한꺼번에 치르기로 했으나 각 후보 측이 반발하거나 조건을 제시하고 나서 경선 일정 진행이 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은 당 지도부가 제시한 경선 일정 연기 방침에 대해 4일 “적법성부터 따져보겠다”며 승복할 수 없다고 맞섰다. 더 밀리면 ‘불법 동원 선거’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경선은 물론 본선까지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것이다.

반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은 이날 문제가 있는 선거인단에 대한 전수조사를 당 지도부에 거듭 요구하며 경선 불참 또는 불복도 불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내친김에 경선 판도를 바꿀 수 있도록 밀어붙이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동영 측, “참평포럼이 쿠데타 시도”=정 전 의장 측 선거대책위 소속 의원 33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선 일정 변경은 정당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공정성을 상실하고 특정 후보 측에 부화뇌동해 온 일부 당직자는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전 의장 측 김현미 대변인은 이 전 총리를 지원하는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럼) 서울지부가 이날 ‘정동영 후보의 당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낸 데 대해 “참평포럼이 당 해체 수순을 밟기 위한 쿠데타 음모를 꾀하고 있다”며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이 전 총리의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그가 공개한 참평포럼 서울지부의 ‘10월 1일 긴급운영위원회 발언록’에 따르면 한 운영위원은 “(경선의) 판을 깨거나 끝까지 가서 우리가 패배하는 긴급사태 시 대통합민주신당은 우리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와 함께 손 전 지사 측의 불법 현수막 게시와 이 전 총리 측의 불법 콜센터 운영을 통한 선거인단 모집의 증거를 제시하며 두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촬영:김동주 기자

▽손학규-이해찬, “선거인단 전수조사 없인 경선 못해”=반면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는 당 지도부에 ‘원샷 경선’ 수용의 조건으로 불법모집 의혹이 있는 선거인단에 대한 전수조사를 제시하고, 구체적 조치가 실행될 때까지는 연설회 등에 불참키로 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경선 일정과 방식의 변경만으로는 당이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며 당 차원의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

이 전 총리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적인 선거인단에 의해 이뤄진 선거 결과는 위법 소지가 있다. 14일 동시선거를 받아들이더라도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후유증이 클 것이다”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가 선거인단 전수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경선 불복 사태도 있을 수 있다는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당 국민경선위원회 집행위원장 지병문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선거인단 전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선거 참여 의사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당 국민경선위원회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투표를 14일까지 네 차례 실시하기로 했다.

▽언제까지 버틸까=세 후보 진영은 이날 극한 대치를 보였지만 조만간 경선 일정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자들이 저마다 경선 복귀를 위한 명분 쌓기와 함께 ‘기싸움’을 통해 향후 경선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적 ‘몽니’들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의장 측 관계자는 “원샷 경선을 받아들이면 ‘합의에 의한 결론 도출’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측 한 의원도 “당 지도부가 불법 탈법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등 액션을 취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선관위 “선거관리 어쩌라고…”▼

대통합민주신당이 경선 일정을 변경해 남은 8개 시도 지역 경선을 14일 한꺼번에 치르기로 하고 그 투·개표 관리를 요청한 데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어렵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종의 약정 위반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정당의 당내 경선을 적극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인한 선거관리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선관위가 떠안게 됐다. 선관위의 한 직원은 “내부에서는 ‘이건 당도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불만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선관위는 14일 하루에 경선을 치러야 하는 140여 곳의 시군구 투표소에 1040여 대의 터치스크린 투표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선관위가 보유하고 있는 터치스크린 투표기는 1992대로 수량은 충분하지만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기계들을 일시에 각 지역에 배치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

경기 대전 충남 3개 지역에서는 당초 사용하기로 했던 터치스크린 투표 대신 기존 종이투표 방식으로 투표와 개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선관위 측은 “이들 지역은 경선 예정일 전날인 13일 종이투표 방식의 민주당 경선도 선관위가 관리해야 한다”며 “터치스크린 투표는 준비 작업이 복잡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연이어 투·개표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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