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일 오전 11시 40분경 평양 시내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접을 받은 뒤 무개차를 타고 공식 환영행사가 열린 4·25문화회관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카퍼레이드가 벌어진 약 6km 구간의 왕복 6차로 도로의 양쪽 인도에는 평양 시민들이 나와 꽃다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이런 환영은 그 형식상 북한의 최상급 대우다. 평양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인 외국 정상은 김 위원장의 취임 이래 지금까지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유일했다. 물론 이 기간에 평양을 찾은 외국 정상은 몇 명 되지 않는다. 북한은 외국 정상 외에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을 위해서도 평양 시내 환영 카퍼레이드를 벌인다.
이날 노 대통령 환영 내용을 살펴보면 도로에 나온 인파의 숫자가 장 주석의 환영식 때나 선수 환영식 때보다도 훨씬 적고 열기도 차분해 보였다.
환영 인파가 많이 보인 개선문 일대처럼 주민들이 서너 줄로 겹쳐 선 구간도 있었으나 한 줄로 늘어선 구간도 있었다. 도로 양쪽에 m당 서너 겹으로 10명씩 섰다고 가정해도 전체 환영 인파는 12만 명에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된다.
보통 평양에서 조직되는 환영 행사치곤 매우 소규모라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는 60만 명의 인파가 환영하러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군중은 노 대통령을 환영하며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다” “만세” “환영” 등의 함성을 외쳤다. 다만 이날 환영 구호에서 노 대통령의 이름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북한에서는 대개 ‘환영 환영’이라고 외친 다음에 이름을 붙인다. “환영 환영 강택민”, “환영 환영 계순희”를 외치는 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때에도 “환영 환영 김대중”이라는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
당초 공식 환영행사가 예상됐던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에서 인민문화궁전까지는 지나가던 시민들이 노 대통령의 차에 손을 흔들어 주었다.
거리에 자전거를 타거나 등짐을 진 주민들이 보이지 않고 여성들이 거의 모두 한복 차림을 하고 있어 동원된 시민으로 보였다. 하지만 걸어가면서 손을 흔드는 식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평소 북한에서는 보기 힘든 새로운 환영 풍경이었다.
이 같은 환영 행사에 동원되는 주민들은 으레 아침 일찍부터 정해진 구간에 가서 참가자 명단과 신분증을 대조해 신원을 확인받은 뒤 연도에 선다. 또 행사가 끝난 뒤에는 조직별로 모여 행사 총화(평가모임)를 진행하고 출석을 체크한 뒤에야 해산한다.
김 위원장이 등장하는 행사는 경호문제 탓에 주변 아파트까지 철저히 통제하며, 혹시라도 창문으로 내다보다 적발되면 평양에서 추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