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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29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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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차단 풀수도” 거꾸로 가는 靑
■ 정통부 첫 삭제명령 효과 거둘까
정보통신부가 13개 사회단체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친북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명령한 것은 7월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한 것이다.
예전에는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한 정보가 담겨 있을 경우 해당 사이트에 삭제 권고만 할 수 있었지만 이 법 개정 후 정통부가 삭제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또한 예전에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만 삭제를 요구할 수 있었지만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도 삭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정통부는 이번에 삭제 명령을 받은 사회단체가 삭제를 거부할 경우 고발할 방침이다. 해당 사이트가 삭제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도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접속 차단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해외 친북 사이트이기 때문에 국내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정통부 방침과는 별 상관이 없다”며 “또 국내 사이트는 일반 대중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 방침과 무관하게 예정대로 삭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가 공안기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외 친북 사이트 차단을 해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정통부가 현재의 방침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통부의 이번 삭제 명령에 앞서 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친북 게시물로 판정한 1660건을 올려놓고 있는 14개 시민사회단체에 게시물 삭제를 권고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바 있다.
정보통신윤리위는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은) 김일성 부자를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선군정치를 추종하며 북한 체제의 찬양 및 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문건을 내려받아 게재하는 등 북한의 주의 주장에 동조하는 내용”이라며 “이를 방치할 경우 북한 및 불순세력들의 선전 선동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삭제 권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14개 단체 중 한 곳만 친북 게시물을 삭제했으며 나머지 사회단체들은 삭제 권고를 무시한 뒤 ‘인터넷 사찰과 검열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해당 사회단체들은 이의 신청을 했지만 정보통신윤리위는 기각 통보했고, 정통부는 정보통신윤리위의 의견을 받아 18일 해당 단체에 28일 밤 12시까지 친북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정통부가 친북 게시물에 대해 삭제를 요청해도 홈페이지 운영자들은 자신은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삭제 의무가 없다며 무시해 왔다. 또 불법 친북 게시물을 올린 이들이 주로 해외 서버를 통해 올리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아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 개정으로 정통부가 삭제 명령을 내리고 그래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발할 수 있게 됐지만 청와대가 친북 사이트 접속 차단 해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삭제 명령을 받은 단체들이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일각에서는 정통부가 친북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도록 간신히 법을 개정했는데 청와대가 법 개정 2개월 만에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찬양 글이 여과 없이 올라 있는 해외 친북 사이트를 개방하려 함으로써 법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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