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레반 '직접대화' 요구에 진의파악 분주

  • 입력 2007년 7월 2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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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3명을 납치 억류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23일 우리 정부측에 직접 대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탈레반 무장세력의 이번 요구는 특히 이날 현지에서 탈레반 무장세력과 아프간 정부 측 사이에 인질석방 협상이 본격 전개되면서 일부 아프간 현지 정부 인사들이 "한인 석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던 터에 나와 궁금증을 증폭시키면서 정부의 입장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는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간 협상이 실패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으며 탈레반 측이 한국 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정부 당국자는 "직접적인 경로를 통해 탈레반 무장세력이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부인했으나 진위 확인을 위해 다각적으로 정보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 측은 "탈레반 무장세력과 직·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접촉하고 있다. 서로 교감을 이뤄나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는 밝혀왔으나 탈레반 무장세력과의 직접 대화는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가 밝힌 직·간접 경로를 통한 접촉은 탈레반 무장세력과 아프간 정부 측 사이의 직접 협상, 현지 부족원로들을 중재인으로 내세운 막후 접촉 등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탈레반 무장세력이 우리 정부 측과 직접 대화를 요구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부 측으로서는 대응방안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납치나 테러를 일삼는 조직이나 세력과 직접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피랍사건인 데다 탈레반 무장세력이 23일 밤 7시30분(한국시각 11시30분)을 '통첩 시한'으로 설정해놓고 있어 이를 단칼에 거부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납치조직과의 협상불가' 원칙만 앞세우다가 피랍자들의 신변에 즉각적인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다각적인 정보채널을 통해 탈레반 무장세력의 '직접 대화' 요구에 대한 진위를 확인한 뒤 관련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이 보내온 '현지정황 보고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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