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부패척결 TF’ 상반된 주장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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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전 원장 “현정부 출범직후 결성”

박정규 전 수석 “재임때 존재사실 몰라”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행정자치부 지적(地籍) 전산망을 통해 열람했던 국가정보원의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정원 관계자들 사이에 증언이 엇갈려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은 2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부패척결 TF는 내가 부임(2005년 7월)하기 전에 이미 가동된 것이라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며 “이 TF는 참여정부가 출범하고 바로 결성된 것으로, 내 전임자(고영구 전 국정원장) 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TF가 구성됐다는 김 전 원장의 설명은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지난 뒤인 2004년 5월에 TF를 구성했다는 국정원의 공식 설명과 차이가 있다.

또한 청와대 측은 국정원 부패척결 TF의 존재 사실을 최근에 와서야 알았다고 밝혀 실제로 부패척결 TF가 존재했느냐를 놓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일요일인 이날 오전 자신이 다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할렐루야 교회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국정원장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해 8월 국정원 내 부패척결 TF가 이명박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의 부동산 보유현황을 조회해 ‘유력 대선주자 뒷조사’ 의혹을 사고 있는 데 대해선 “그런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TF’의 존재 여부에 대해 “들어본 적 없고,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부패척결 TF가 이명박 TF로 운영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무식이나 종무식, 조회 등에서 탈정치, 탈권력, 정치적 중립을 수도 없이 강조했다. 그건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상업 당시 국정원 2차장이 월권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시 차장들도 정치적 중립 방침을 잘 알고 있었다. 월권까지 했겠느냐”고 반문하면서도 “지금 검찰이 수사 중이니까 지켜보자. 그런 것은 나에게 묻지 말라”고 여운을 남겼다. 국정원장인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일이 벌어졌을 일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했다.

실제로 국정원 안팎에서는 김 전 원장이 재임 당시 이상업 2차장, 김만복 기조실장(현 국정원장) 등 부산 경남 출신 라인과 불편한 사이였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은 한나라당이 ‘이명박 TF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권 줄 대기가 이번 일로 비화됐을 수 있다”며 “(이명박 TF의) 근거가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일부 직원이 한나라당에) 줄을 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청와대는 국정원에 부패척결 TF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근 이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알게 됐다”며 “민정수석비서관실도 TF의 존재를 몰랐다”고 밝혔다.

2004년 2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박정규 변호사도 “민정수석비서관 재임 때 국정원에 그런 TF가 구성됐다는 얘기를 들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17일 “부패척결 TF가 3년여 동안 430여 건의 비리첩보를 수집해 검찰 경찰 등에 넘겼다”고 업적을 강조했다. 이처럼 활발하게 활동한 TF의 존재 사실을 청와대가 전혀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19일에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을 통해 “부패척결 TF는 국정원 개혁 과정에서 부여된 공식 업무”라고 뒤늦게 부패척결 TF를 정당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TF를 구성할 때에는 활동 내용이 뭔지 노출될 수 있는 명칭을 부여하지 않고 그냥 ‘1팀’ ‘2팀’ 식으로 정한다”며 “편의상 조직 내부에서 ‘○○팀’이라는 식으로 부를 뿐이어서 ‘부패척결 TF’라는 팀을 구성했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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