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계관 "우리는 重油먹는 기생충 아니다"

  • 입력 2007년 7월 22일 14시 58분


북핵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부상이 21일 귀국길에 만난 한국기자들에게 6자 수석대표 회담(18~20일)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마다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김 부상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출발 예정인 고려항공편을 타기 위해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했다.

그의 동선(動線)을 '감지'한 일부 한국기자들이 평양행 고려항공이 대기 중인 탑승구 앞에서 기다렸고 김 부상은 출발시간을 불과 10여분 남기고 참모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기자들이 몰려들자 북측 인사들이 기자들을 제지하려 했으나 김 부상은 특유의 흐트럼없는 차분한 태도로 응했다.

김 부상은 우선 이번 6자 수석대표회담의 성과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알고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에서 이른바 '불능화 시한' 설정이 이뤄지지 않은 원인에 대해 "우리가 할 것은 명백한 데 다른 쪽은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공을 미국 등에 넘기는 노련함을 과시했다.

아울러 "핵무기 해결의 기본은 중유(重油)가 아니고 우리는 중유 먹는 기생충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그는 곧이어 "정책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폐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한국 기자들이 핵무기의 신고대상 포함 여부에 대해 거듭 묻자 김 부상은 "생각을 좀 해보면 알게 됩니다"면서 기자들에게 "핵무기 신고에 대해 당신들 생각은 어떠냐"고 되묻는 여유를 보였다.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계속되자 김 부상은 준비한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현존 핵계획, 다시 말해 영변 핵시설을 가동 중단하고 무력화하고 궁극적으로 해체하는 것이며 그러자면 경수로가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이 현재 논의하고 있는 대상은 영변 핵시설을 의미하며 과거 핵활동이나 이른바 북한이 보유중인 핵무기는 협상대상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영변 핵시설은 '조건만 맞으면' 해체할 의사를 명백히 한 것은 물론 그 조건 속에 경수로가 포함돼 있음도 분명히 한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때부터 핵협상에 임해온 김 부상의 노련한 대응을 지켜본 한국기자들은 "그가 왜 노련한 외교관으로 불리는 지,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협상 파트너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는 지 잘 알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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