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검증청문회 '절반의 성공'

  • 입력 2007년 7월 19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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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19일 시내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검증청문회를 끝으로 양대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당 차원의 검증작업에 매듭을 지었다.

이번 검증청문회는 유력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한 정당 사상 첫 검증청문회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 안강민 검증위원장을 비롯한 15명의 검증위원들은 미국 현지에까지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두 주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고, 이날 청문회에서도 사생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질문을 던지며 두 주자를 압박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수사권이나 계좌추적권이 없는 검증위의 한계로 인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고, 따라서 전체적으로 맥빠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면죄부 청문회', `해명 청문회'라는 혹평도 나왔다.

◇`부실 청문회' 논란 =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검증청문회 인사말을 통해 "정당이 스스로 대선후보의 정책을 심지어 도덕성까지 검증하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면서 "발상의 대전환을 일궈낸 참다운 정치개혁의 실천이자선진 경선문화를 창조한 실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검증작업을 주도한 안강민 검증위원장은 전날 검증위 활동 마감 기자회견에서 "수사권이나 조사권이 없는 검증위에서 각종 의혹 사항을 규명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에는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실효성을 저도 상당히 의심하고 있으며, 후보 청문회가 과연 필요한 가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갖고 있다"며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경선 후보인 원희룡 의원도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면 검찰 등에서 하는 청문회보다 더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권한도 없으면서 면피성 청문회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청문 당사자들에게) 질문지를 미리 줬는데 있을 수 없는 얘기다. 국민의 불신만 자초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두 주자도 검증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않아 검증위로부터 `불만'을 산데 이어 이날 청문회 장에서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의혹 부인, 핵심 회피, 두루뭉술한 답변 등으로 예봉을 피해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증위가 사실상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이런 부실청문회 논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 관계자는 "당초 내일(20일) 보고서를 채택할 계획이었으나 검증위원장 기자회견으로 갈음키로 했다"고 말했다.

외부의 평가는 더욱 냉엄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검증위원들이 노력한 점은 인정하지만 노력에 비해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점은 실망스럽다"면서 "새로운 게 밝혀진 것이 없고 자료의 한계로 인해 추가로 검증을 하거나 의혹을 청산할 정도의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제 정당도 "실체적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부실한 질문과 답변으로 변죽만 울린 부실한 청문회, 실패한 청문회", "사전에 질문지를 주고 모범답안을 구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상 열린우리당), "수박 겉핥기보다 못한 청문회"(민주노동당)라고 성토했다.

◇李-朴 득실은 = 이번 검증청문회로 인한 두 주자 간 득실을 지금 당장 따지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검증청문회가 새로운 의혹을 검증하는 자리라기보다는 검증위원들이 그간에 거론된 의혹들을 일일이 나열하고, 두 주자가 해명하는 자리에 그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결국 두 주자의 해명과 답변태도가 국민에게 얼마나 어필했느냐에 따라 `성적표'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검증청문회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여러 사실들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의 경우 자신이 예전 감사로 있었던 장신대 장학재단이 기금 4억원을 투자자문사 BBK에 투자하도록 소개했다는 점 등이, 박 전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생계비 6억원을 지원받은 점 등이 어떻게 평가될지 관심의 대상이다.

당 안팎에선 정황상 이 전 시장이 상대적으로 약간 `득'을 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전두환 6억원 생계비 지원', `5.16은 구국혁명 생각' 등의 발언이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이 전 시장이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은 오후에 청문회에 임한 것도 유리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근거 없는 `의혹'이 `사실'로 굳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적게 노출되는 게 그만큼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것.

민노당 김형탁 대변인은 "박 전 대표는 당이 준 면죄부를 못 챙겼고, 이 전 시장은 잘 챙겨 먹었다"고 평가했다.

양 캠프는 청문회 성적을 놓고 '아전인수(我田引水)'식의 평가를 내놓으며 각자의 `선전'을 주장했다.

이 전 시장측 박형준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의 속 시원한 해명과 진솔한 답변이 국민을 안도하게 하고 정권교체의 유일한 대안임을 확신하게 해 준 뜻 깊은 청문회였다"면서 "오늘 청문회는 기대했던 바 그대로 근거 없는 의혹들에 대해 명쾌하게 해소하는 기회가 됐다"고 자신했다.

박 전 대표측 김재원 대변인은 "그 당시 일에 대해 전혀 피해가지 않고 당당하고 명쾌하게 해명했다. 진솔하게 그리고 성심성의껏 답변함으로써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면서 "청문회가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어떤 쟁점에 대해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경우가 없었다"고 자평했다.

상대 주자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이 전 시장 측은 "상대에 대해선 국민이 판단을 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평가를 자제했으나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의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됐다. 이 전 시장으로는 절대 본선에서 못 이긴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성토했다. 이 전 시장측은 이 전 시장의 `특명'에 따라 박 전 대표에 대한 평가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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