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보고서’ 朴캠프 前자문교수 요청으로 유출

  • 입력 2007년 7월 1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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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가 작성한 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가 유출돼 공개되는 과정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의 전 정책자문위원회 행정개혁특별위원장인 P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가 깊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명예훼손 고소 및 국가기관의 정보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박 전 대표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전문가네트워크위원장을 최근까지 지낸 홍윤식(55) 씨를 16일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부운하 보고서 유출=이 보고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 수감된 P결혼정보업체 대표 K(40) 씨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K 씨는 5월 23일경 P 교수에게 보고서의 존재를 말한 뒤 P 교수에게서 “한번 구해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같은 날 수자원공사 김상우(55·구속) 본부장에게 문건을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장에는 또 P 교수의 부탁을 받은 K 씨가 이 보고서를 언론 등에 유출하기로 하고 모 주간지가 보고서를 보도하는 과정을 수시로 점검한 것으로 돼 있다. 모 일간지도 6월 4일자로 이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나 경기경찰청은 9일 K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며 발표한 수사 결과에는 이 같은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P 교수가 평소 (보고서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 같아 K 씨가 (보고서) 복사본을 넘겼으며 P 교수가 주간지 기자에게 같은 자료가 건네진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P 교수에 대해서는 입건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이 P 교수 관련 부분을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수원지검 공안부는 16일 P 교수의 혐의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P 교수에 대해선 제대로 조사가 돼 있지 않다”며 “보강조사를 통해 형사 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이날 밤늦게까지 P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주민등록초본 발급 및 유출=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 중인 홍 씨에 대해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홍 씨가 전직 경찰 간부 권오한(64·구속) 씨에게 이 전 시장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 발급을 부탁한 적이 있는지, 권 씨에게서 초본을 전달받은 뒤 캠프 고위층과 상의한 사실이 있는지를 추궁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려 대질조사를 했다.

권 씨는 올해 2월부터 박 전 대표 캠프의 외곽조직인 ‘마포팀’에 정기적으로 출근해 홍 씨가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박사모’ 전 간부의 요청으로 서울 강북구 수유6동사무소에서 이 전 시장 관련 주민등록초본 한 건이 발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이후 초본이 부정 발급된 곳은 최소 8곳의 관공서로 늘어났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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