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시기 - 일부 구성원 겹쳐 동일팀 의혹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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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캠프 “국회차원 조사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이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TF(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라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았다”며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캠프 “국회차원 조사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이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TF(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라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았다”며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음해하기 위한 ‘이명박 태스크포스(TF)’가 존재할까.

이 전 시장 측은 제보를 근거로 ‘이명박 TF’의 존재를 확신하며 ‘정권 차원의 이명박 죽이기 공작’을 성토하고 나섰다. 반면 국정원은 ‘이명박 TF’의 존재를 부인했지만 대신 ‘부패척결 TF’가 있다는 점을 시인해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TF 무슨 일 하나=‘이명박 TF’와 ‘부패척결 TF’는 각각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이 전 시장 측은 “김승규 국정원장 재임 당시인 2005년 3월 정권실세와 인척관계였던 L 차장 밑에 ‘이명박 TF’를 구성해 ‘이명박 X파일’을 만들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 측은 이 TF의 활동 임무에 대해 “청계천 사업 뒷조사와 이 전 시장 친인척 부동산 뒷조사 및 차명 재산 의혹 연결이었다”며 “이를 위해 건설교통부 등 정부전산망에 접속해 관련 자료를 빼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 K 씨가 지난해 8월 이 전 시장의 처남인 김재정 씨의 부동산 내용을 열람한 것이 ‘이명박 TF’의 활동 중 하나라는 취지다.

국정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사회 각 분야의 고질적 비리에 관한 구조적 고리를 끊기 위한 사회구조적 비리정보 수집 목적으로 ‘부패척결 TF’를 가동했다”며 “당시 수도권 공직자 부동산 투기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부동산 비리 수집 업무’ 차원에서 김재정 씨의 부동산 거래 명세를 열람했다”고 반박했다. K 씨의 열람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정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TF 이름만 다를 뿐 한 일은 정치 사찰로 똑같지 않으냐”며 “국정원이 아무 근거 없이 불법적인 조직을 만들어 야당 후보 죽이기에 나섰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TF 활동 시기=두 TF의 활동 시기가 겹쳐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2005년 3월부터 9월까지 ‘이명박 X파일’을 작성했는데 국내정치담당 팀장 P 씨가 대구 출신의 K 씨에게 작성을 지시했고, 당시 특정지역 책임자였던 L 씨는 후임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면서 X파일을 잘 관리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이 거론한 K 씨는 김재정 씨의 부동산 거래 명세를 열람한 그 K 씨와 동일인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2004년 5월부터 정부조직법과 국가정보원법 등에 근거해 사회 각 분야의 비리를 끊기 위해 ‘부패척결 TF’를 가동했다”면서도 “2005년 특정 정치인 관련 TF를 구성하지 않았으며 K 씨의 부동산 자료 열람은 이 전 시장 측이 주장하는 ‘이명박 TF’ 구성 시점보다 훨씬 뒤의 일로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TF 구성은=이 전 시장 측에 따르면 ‘이명박 TF’는 L 차장 밑에 박모 팀장을 중심으로 국내 담당 요원 4, 5명이 이 팀에서 활동했다는 것. 여기에 K 씨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K 씨는 ‘부패척결 TF’ 멤버였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인적 구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국정원이 정치중립 및 환골탈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대선주자를 해하려는 기도는 전혀 불가능하다”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검찰수사에 성의 있게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타기관 전산망 접속가능” “ID없어… 통보받는다”

국정원 해명 앞뒤 안맞아▼

국가정보원이 5급 직원 K 씨가 지난해 행정자치부 전산망을 통해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 처남 김재정 씨의 부동산 관련 자료를 열람했다고 13일 밝혔지만 앞뒤가 다르게 해명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자정부법 및 국가정보자료 관리규정에 따라 공무상 필요시 타 기관 보유 자료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행자부 전산망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ID나 비밀번호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이 법령에 근거해 행자부에 해당 자료를 문서로 신청해 전산망을 통해 신청 내용을 통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부기관이 보유한 자료가 필요할 경우 해당 부서의 내부 결재를 거쳐 자료관리 부서에서 종합해 행자부에 신청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국정원은 같은 자료에서 ‘국가정보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관업무 수행을 위해 다른 기관의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다’고 했다.

김만복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정원은 토지 건물 등 17개 아이템에 대한 정부의 행정전산망과 연동돼 있으며 이 전산망에 접속한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국민의 사생활 정보에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정원 설명대로라도 K 씨는 담당 과장의 전결만으로 해당 자료를 열람했고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국정원 직원이 마음만 먹는다면 국민의 핵심적 사생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K 씨는 별다른 물증 없이 식당에서 전해들은 말을 근거로 이 같은 정보에 접근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김 원장 발언이 전해진 직후 “국정원이 ID를 받아서 행자부 전산망에 들어온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행자부의 부동산 자료에 로그인할 수 있는 자격은 담당 공무원 96명에게만 있다”고 밝혔다.

전현직 국정원 관계자들은 국정원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얼마든지 정부 전산망에 접근할 수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 A 씨는 “국정원에서 당연히 국가기관 전산망에 완전히 접근할 수 있게 돼 있다. 경찰, 국세청, 공항출입국관리 기록 등은 거의 동시에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국정원 영장없이 개인정보 수집은 월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13일 국가정보원이 “국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패 첩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법조인들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국정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 관련 부동산 보유 현황을 수집한 것에 대해 “오늘날 국가안전보장의 개념은 경제 통상 및 부패 등 사회 전 분야와 연관돼 있어 비리 부패 첩보 수집을 정보기관의 통상적 업무 영역으로 보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했다. 하급심 판결의 일부 내용을 견강부회해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합목적적으로 해석해 사회적 영향이 큰 부패 첩보를 수집 보고할 수 있다”고도 했다.

주요 근거로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 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정부조직법 제16조)과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국정원법 제3조)를 들었다.

하지만 법조계는 “국가안전보장과 관련이 없는 부패 첩보 수집까지로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면 정치 개입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일축한다.

실제로 국정원이 2004년 5월 발족한 ‘부패척결 TF’의 일원인 K(5급) 씨가 이 전 시장 측의 부동산 보유 현황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해서 대선 정국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정보기관에 부패 첩보 수집까지 직무 범위를 확대해 주면 이런 현상이 빚어질 소지가 크다는 방증이다. 재경지검의 한 중견 검사는 “국정원의 수사 및 정보 수집 범위는 국가안보, 테러, 첨단기술 유출 방지 정도로 법에 규정돼 있는데 개인의 재산을 뒤지는 것이 이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의 박준선 변호사는 “국가안보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면 사실상 모든 개인정보를 다 볼 수 있게 되므로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에 밝은 한 변호사는 “영장 없이 직무 범위를 넘는 정보 수집 활동을 한 것은 월권을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수 법관의 견해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합목적적으로 해석한다’고 했는데 ‘봐서는 안 될 자료’를 보고난 뒤 둘러대는 변명”이라며 “국정원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 중견 변호사는 “국정원이 현직 고위 공무원의 부패 범죄를 인지했다면 첩보를 검찰에 넘길 수는 있다고 본다”며 “그렇다고 해도 기소가 가능한 ‘현재형 범죄’에 국한해야지 과거를 들춰 내 특정인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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