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은 정부가, 이력은 검찰이 검증하나”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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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국민에게 선택 기준을 제시한다’는 명분으로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관련된 고소 고발사건 3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검찰의 ‘대선주자 검증’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수사의 파장을 우려하는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경선 과정에서 초래된 각종 고소 고발을 취하하고, 캠프에도 취하를 권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8일 “검찰은 중립적 위치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해 달라”며 “고소 고발사건을 빌미로 야당 후보를 음해하는 또 다른 공작정치의 사령부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현 정권이 한나라당 대선주자의 공약은 해당 부처가, 도덕성과 과거 이력은 검찰이 검증하도록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이재오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정치공작이 이뤄진다면 온몸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캠프의 이혜훈 대변인은 “철저하게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고소해 놓고 이제 와서 별거 아니니 빨리 종결하라는 것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윤호중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던 분들이 검찰 수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李측 차명진 “檢, 2002년처럼 의혹 증폭 말아야”

朴측 유승민 “못믿을 검찰에 고소한게 누군데…”▼

2002년 대선 당시 검찰의 병풍 수사를 함께 비판했던 한나라당 차명진 유승민 의원은 각각 이 전 시장 측과 박 전 대표 측으로 갈라져 미묘한 의견 차를 보였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미디어홍보위원회 본부장인 차 의원은 “2002년 당시 검찰은 애매하게 수사해 의혹만 증폭시켰다”며 “그때처럼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마치 큰 문제가 있는 듯 찔끔찔끔 수사 상황을 흘려 여론을 호도할 경우 야당 대선 주자들은 큰 타격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수사 방향에 대해 “이미 사실 여부가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로 인정하고 새롭게 제기된 의혹 부분만 속전속결로 수사해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며 “‘실체적 진실’ 운운하며 수사를 확대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당사자가 아니다. 취하 여부는 (이 전 시장의 처남인) 김재정 씨 등이 판단할 문제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 캠프의 정책메시지 총괄단장인 유 의원은 생각이 달랐다.

유 의원은 “믿을 수 없는 현 정부의 검찰에 고소를 한 것 자체가 자기 눈을 자기 손을 찌른 꼴이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김재정 씨의 부동산 관련 의혹을 제기해 김 씨로부터 고소당한 상태다.

그는 “2002년엔 김대업이 우리를 ‘병역비리’ 혐의로 고발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맞고소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여권이 검찰을 동원해 네거티브 공작을 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엔 수사 의뢰 주체가 이 전 시장 측이다. 시작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이 전 시장 측을 겨냥해 “노무현 정부의 검찰을 믿을 수 있겠느냐. 하지만 불신하는 검찰에 맡긴 게 누구냐”며 “고소를 취하하는 방법이 있다. 취하한 뒤에도 검찰이 수사를 계속한다면 그때 가서는 뭐라고 주장해도 설득력이 있을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형오 “과잉충성이 후보도 당도 망하게 해”▼

한나라당 김형오(사진) 원내대표는 8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 간의 충돌과 관련해 “상대에게 도끼 들고 대드는 과잉충성은 후보도 당도 망하게 한다”면서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후보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원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최근 우리 후보들과 그 진영에서 보인 모습은 이렇게 하면 틀림없이 5년 전, 10년 전 재판이 된다는 예고편을 보여 주고 있다”면서 “조그만 이간질에도 기다렸다는 듯 물고 뜯는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이나 해 보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당 지지율이 높으니까 내부의 적만 처리하면 대통령이 쉽게 된다고 생각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주자 측근들이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의식해 과도한 충성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보고 “분명한 것은 대선에 실패하면 공멸한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홍준표 “李-朴공방, 檢개입 자초… 고소 취하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홍준표(사진) 의원은 8일 “2002년 당시 김대업을 이용한 검찰 일부 간부와 여권의 병풍 수사 공작을 잊었느냐”고 반문했다. 검찰이 대선주자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수사 방침을 밝힌 데 대한 반응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02년 대선 당시 병풍관련 검찰수사와 지금 검찰수사의 차이점은….

“당시 검찰에 의한 병풍공작 수사는 김대업과 이회창 후보 측 간 끊임없는 진실 공방을 벌이게 해 이 후보의 치명적인 지지도 하락을 가져왔다. 결국 우리는 패배했다. 이 전 시장 측과 박 전 대표 측의 ‘정도’를 넘어선 검증 공방이 검찰에 고소 고발로 이어져 이제는 검찰이 합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할 여지를 제공한 것이다. 당시와 똑같은 길을 한나라당이 가고 있다.”

―이 전 시장 측과 박 전 대표 측은 검찰수사에 대한 기대가 다르다.

“검찰에 고소, 고발한 사건을 모두 취하해 검찰이 경선 및 본선에 개입할 구실을 주지 말아야 한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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