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새 대북정책 ‘철저한 주고받기’에서 교류확대로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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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4일 발표한 새로운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미래지향적이다.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유지해 온 북한 관련 현안에 대한 견해가 상당 부분 달라졌다.

자칫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강경 기조를 고집할 경우 ‘반(反) 통일세력’의 낙인을 벗지 못한 채 대선 패배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공감대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왜 바뀌었나=이날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한 정형근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의 견해가 바뀐 것으로 보면 된다”며 “그동안 한나라당은 선(先) 안보 후(後) 교류협력을 강조한 나머지 현실적 대응력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은 그동안 유연한 대북정책을 언급했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유연하지 못했다”면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북한 체제를 인정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변화에는 ‘2·13합의’ 이후 북-미 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지형이 해빙 무드를 맞고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상호주의의 포기=철저한 상호주의를 포기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요구한 것이 ‘철저한 상호주의’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상호주의를 ‘너무 심하게는’ 강조하지 않겠다는 것.

예를 들어 북한의 방송과 신문을 전면 수용하고 300만 명의 극빈계층에 대한 연간 15만 t의 쌀을 무상 지원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북한의 상응조치를 반드시 요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도 북핵사태 악화나 안보위협이 없는 한 시장 기능의 원리에 맡겨 유지 발전시킨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지금까지는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의 경우 현금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태도였지만 앞으로는 이런 단서를 달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핵 폐기, 이제 전제 조건 아니다=정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의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아도 경제협력과 지원 등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북핵 폐기까지는 10∼13년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이 기간에 행동 대 행동 대응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먼저 북한에 대한 각종 정책을 펴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는 등 안보위협이 커질 경우 이런 경제협력과 지원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단서는 달았다.

▽대선주자들 대체로 공감=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의 장광근 대변인은 “당의 새로운 대북정책은 이 전 시장이 내놓은 ‘비핵·개방 3000’ 구상과 상당 부분 맥을 같이한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이혜훈 공동대변인은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발표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북핵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노력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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