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지지도 격차 ‘들쑥날쑥’

  • 입력 2007년 6월 21일 22시 49분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박근혜(朴槿惠) 두 대선 유력주자의 지지율 격차가 대체로 좁혀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일부 조사에서는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후보측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놓고 "추월은 시간문제"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이명박 후보측은 "더 이상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을 확신하는 모습이다.

경선 후보 등록(6월11일)을 전후해 최근 보름 동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대체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박 전 대표와의 격차가 좁혀진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일보가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에 의뢰해 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도는 이 전 시장 37.8%, 박 전 대표 26.1%로 두 주자간 격차는 11.7% 포인트였다. 이는 지난달 16일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이 전 시장(48.9%)과 박 전 대표(22.4%)간 격차 26.5% 포인트보다 크게 감소한 것이다.

YTN이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같은 날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 30.5%, 박전 대표 26.1%로 격차가 4.4%포인트에 그쳤다. 이 전 시장은 지난 7일 실시한 같은 조사(35.9%)보다 5.4% 포인트 하락했고, 박 전 대표(26.0%)는 거의 비슷했다.

이에 반해 이날 조인스닷컴-미디어 다음 공동조사에서는 오히려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도가 지난 13일 조사때 보다 오히려 상승해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의 지지도는 지난주 조사에 비해 4.8%P 오른 38.0%로 나타났다.

지난달16일 실시된 제54차 조사에서 40.6%의 지지를 얻은 뒤 줄곧 하락하던 지지도가 4주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주에 비해 2.2%P 떨어진 25.3%의 지지도를 얻어 두 후보간 지지도 격차는 12.7%P로 벌어졌다.

이에 앞서 18일 SBS가 한국리서치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전달에 비해 7.9% 포인트 빠진 33.5%였고, 박 전 대표는 1.8% 포인트 내려간 24.8%였다. 격차가 14.8% 포인트에서 8.7% 포인트로 좁혀진 것.

이 전 시장 캠프 관계자들도 이런 추세를 인정한다.

지지도 출렁거림이 발생한 이유는 여럿있다.

우선은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이 전 시장에 대해 박 전 대표측과 범여권의 공세가 집중됐다. 박 전 대표측은 "그만큼 검증 소재가 많았던 것"이라고 하지만 1위 후보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했던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두 번째로 최근 한나라당의 정책토론회에서 이 전 시장이 `기대 만큼 흡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몇몇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 `이 전 시장보다 박 전대표가 토론을 잘했다'는 평가가 다소 높았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체로 토론의 잘잘못 평가는 기왕의 지지도에 연동되는 것이 정상적인데 이번엔 예외적으로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정국의 흐름이다. 범여권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호남쪽에서 박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던 이 전 시장의지지도가 눈에 띄게 빠지는 경향이 여러 조사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면서 호남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측면도 간과하기 어렵다.

문제는 앞으로 두 달이다.

계속 이런 추세로 간다면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측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 대로 `7월 중순쯤엔 (박 전대표에게)역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를 향한 정수장학회나, 영남대학 문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와 맞물려 있는 사안으로 박 전 대표가 어떻게해 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지만, 이 전 시장의 문제로 지적된 주소이전이나,재산.세금 문제 등은 전형적인 검증 소재"라면서 "피해가기 어려운 것들일 뿐 아니라 해명조차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박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오히려 상황은 이 전 시장에게 더욱 좋지 게 전개될 것"이라고 했다. "범여권의 통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거품'이 걷힐 수밖에 없고, 아직도 무궁무진한 검증 소재가 남아있다"는것이다.

박 전 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나라당의 정책 토론이 몇 차례 어지면서 당원과 국민이 후보를 본격적으로 평가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후보의 국가관이나 나라에 대한 구상과 비전, 약속을 지킬 것인지 등 살아온 길에 대한 평가가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앞으로 박 전 대표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은 "맞을 만큼 맞았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최근 지지율이 일부 빠지는 것은 `청와대 효과'(노무현 대통령의 이명박 전 시장 공격)와 주소 이전 문제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금주 말까지 이 선에서 버텨낸다면 분위기 반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오히려 "이 쯤에서 일부 지지율 조정은 우리에게 약이 될 수도 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동안 캠프 내의 나태한 분위기를 일소하고 정신을 가다듬는 충분한 `매'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시장측 진수희 대변인은 "각종 네거티브 의혹의 상당 부분이 사실이 아닌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다 네거티브에 가려져 있던 경제지도자 이미지가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양 캠프 핵심 인사들의 말 만으로 보면 일단 `6월 대전'의 중간결산은 박 전 대표측이 이득을 봤고, 이 전 시장측이 손해를 본 것 같다.

그러나 두 달이 남아있는 경선기간 지지율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근 청와대와 이 전 시장간의 가파른 대치 전선이 형성되면서 한나라당과 이 전 시장 지지층의 결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검증 국면도 새로운 판으로 바뀌는 추세다.

국내 유수의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소위 한 방에 갈 수 있는 '과거 문제'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이 전 시장의 하락세가 진정되고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른 후보들이 지지율을 스스로 올리는 동력이 크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이 전 시장과 관련된 어떤 것이 나오느냐에 따라 지지율 추이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만일 두 주자간의 격차가 10% 포인트 이하로 좁혀질 때는 예측불허의 게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실장은 "특히 T.K(대구.경북) 지역 등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소위 '대세론'이 흔들릴 경우 한나라당 경선 구도에서 전체적으로 지각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 시장으로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고의 위기로 지적되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어떤 카드를 꺼낼지, 박 전 대표로서는 남은 2개월 동안 자체 동력으로얼마나 빠르게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지 여부가 경선 때까지 남은 2개월의 중요한 변수의 하나라는 말이 된다.

한편 범여권 대선주자의 경우 아직 뚜렷한 경향성은 엿보이지 않고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문화일보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의 '빅2' 주자 외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 6.5%, 이해찬 전 총리 3.3%,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2.3%,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각각 1.8%, 한명숙 전 총리 1.6%,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 1.2% 등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YTN 조사에서는 손학규 5.4%, 정동영 3.2%, 노회찬 2.8%, 이해찬 2.2%, 한명숙 2.1%, 강금실 1.3%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정리/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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