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도 박근혜도 자고나면 ‘검증 폭탄’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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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왼쪽)이 14일 오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주가 조작 의혹 등 관련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 의사국장에게 제출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왼쪽)이 14일 오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주가 조작 의혹 등 관련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 의사국장에게 제출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청구대(영남대 전신) 이사장이었던 전기수 씨의 4남 전재용 씨(오른쪽)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신의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영남대 이사장 및 이사 시절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구대(영남대 전신) 이사장이었던 전기수 씨의 4남 전재용 씨(오른쪽)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신의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영남대 이사장 및 이사 시절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측 의혹 “개발정보 미리 알고 옥천 땅 구입”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소유했던 임야와 건물을 친인척에게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과 명의신탁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옥천군 땅 명의신탁 의혹=14일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1977년 충북 옥천군 이원면 강청리 산16의 임야 37만5000평을 3000만 원에 매입했다가 5년 후인 1982년 7월 처남 김재정 씨에게 2500만 원에 매각했다.

이 전 시장은 처남에게 땅을 팔기 전인 1980년 5월 이 땅에 충북 옥천농협을 채권자로 하고 채권최고액 19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명의신탁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땅의 현재 공시지가는 2억7000여만 원이며 시가는 10억 원대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캠프 박형준 대변인은 “허위 보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변인은 “옥천군 임야의 경우 소유권이 이전된 1982년 당시는 이 전 시장이 정치인이 아닌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할 때로 토지를 소유해도 아무런 법적, 정치적, 재산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시기였다”며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구태여 명의신탁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근저당 설정에 대해서는 “통상 명의신탁을 할 때는 실질 소유자를 채권자, 명의수탁자를 채무자로 정하고 시가 상당액을 채권최고액으로 설정한다”며 “그러나 해당 임야는 등기부등본상 이 전 시장이 채무자로 돼 있고 시가에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인 190만 원이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은진수 캠프 법률지원단장은 “당시 마을 주민 일부가 마을회관 건립비용을 충당하려고 매입을 요청해 땅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는 이 전 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임시행정수도 건설 계획 프로젝트’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해당 지역인 옥천군의 땅을 투기를 목적으로 산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땅 매입 시기는 1977년 12월인데 박 전 대통령이 임시행정수도 계획을 공개한 것은 그해 2월”이라고 반박했다. 또 행정수도 후보지는 옥천군에서 멀리 떨어진 충남 공주시 일대였는데 투기 목적이라면 옥천 땅을 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양재동 건물 실소유주 의혹=이 전 시장은 1994년 12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건물(지하 1층, 지상 5층)을 맏형 이상은 씨와 처남 김 씨가 공동 설립한 자동차부품회사 대부기공(현 다스)에 매각했다. 이 건물과 땅의 현 시세는 32억5000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대부기공은 미국으로 도피한 김경준 씨의 ‘BBK 투자 사기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시장이 실제 소유자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된 업체다.

캠프는 건물 매각에 대해 “당시 회사 규모가 커진 대부기공이 서울사무실이 필요해 세 들어 있다가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판 것”이라며 “이미 세무 당국이 조사를 마치고 세금도 모두 낸 문제없는 거래”라고 설명했다.

캠프는 “오보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충남지역 이전 15개년 계획… 옥천도 거론

《박 전 대통령이 1970년대 후반 추진했던 ‘임시행정수도 건설 계획’은 행정수도의 기능 일부를 5조5421억 원을 들여 공주시 장기면과 연기군 일부 지역으로 옮기는 15개년(1982∼1996년) 프로젝트였다. 이 전 시장이 땅을 갖고 있다가 처남에게 판 옥천군도 박정희 프로젝트 후보지 중 한 곳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수도권 과밀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1975년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패망에 따른 안보 위기감으로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를 벗어난 곳에 행정수도를 만들려고 했다는 게 당시 실무진의 증언이다.

1979년 2차 석유 파동과 미국 지미 카터 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 등 복잡한 상황 때문에 계획이 미뤄지다가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무산됐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朴측 의혹“측근 영남대 요직 앉혀 사학비리”

‘정수장학회(옛 부일장학회)’ 문제에 이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영남대 이사장 재직 시절 비리 의혹이 14일 제기됐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중요한 고비마다 박 전 대표를 흠집 내기 위해 제기돼 온 문제지만 네거티브(폭로·비방) 공세라든가 배후 세력이 있다는 말로 피해 가지 않고 당당하게 검증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영남대 관련 비리 의혹=영남대 전신인 청구대 이사장이었던 고 전기수 씨의 4남 전재용(55·성형외과 의사) 씨는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신의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표가 영남대 이사장과 이사 시절 저지른 비리 의혹이 있다”며 한나라당에 검증을 요구했다.

전 씨는 “박정희 정권이 청구대와 대구대 이사장을 협박해 강제 통합해 만든 영남대는 일종의 장물”이라면서 “박 전 대표는 1980년 29세의 어린 나이에 영남대 이사장에 취임해 출근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을 받았고 장물을 마치 자기 소유인 것처럼 향유했다”며 “박 전 대표가 말하는 도덕성은 ‘도(道)’가 아니라 ‘도(盜)’”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최태민(1994년 작고) 목사의 친인척을 요직에 앉혀 재단과 대학을 사기업화했다”며 “영남대를 좌지우지했던 측근 4인방이 △재단 소유 부동산 34건 임의 처분 △공금 횡령 △부정 입학 △공사대금 유용 △회계 장부 조작 △판공비 유용 등의 사학 비리를 저질렀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캠프 김재원 대변인은 “전 씨가 제기한 문제는 이미 1988년 국정감사와 수사 과정에서 영남대 문제에 박 전 대표가 전혀 관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박 전 대표는 1980년부터 8개월간 이사장으로, 이후 1988년까지는 이사로 재임했지만 월급이나 판공비는 전혀 받지 않았다”며 “다만 실비의 회의 참석 수당만 지급받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전재용 씨가 이날 박 전 대표의 영남대 비리 의혹과 관련된 인물로 지목한 최 목사에 대한 소문이 그동안 정치권에서 많이 돌았다. 박 전 대표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 작고 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 한 1970년대 중반부터 최 목사와 인연을 맺고 봉사활동 등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최 목사가 1970년대 중반부터 박 전 대표를 등에 업고 이권에 개입하거나 관련 단체의 돈을 횡령했다’고 주장한다.

박 전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분이 횡령을 했느니 사기를 했느니 하는 얘기가 있던데 실체가 없는 얘기”라며 “횡령이나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이 없고 법원에서도 문제가 없는데 그런 소리 나오는 게 네거티브”라고 말했다. 또 “그분은 나라가 어려울 적에 많이 도와줬고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렵고 힘들 때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위로해 줬다”며 “천벌을 받으려면 무슨 짓을 못하겠느냐. 뜬구름 갖고 지어낸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네거티브”라고 했다.

“朴정권때 아버지 잃고 어머니 쓰러져”

전재용 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 일가가 우리 가족에 가한 비극을 밝히겠다”며 “아버지는 1973년 실종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서 당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조사 결과 자살로 나왔는데 시신을 못 찾았다”며 “청와대가 직접 한 것이 아니라 과잉 충성하는 사람들이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 씨는 “당시 경기여고 2학년이던 여동생은 정신적 충격으로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고 어머니 역시 너무 분해 뇌중풍에 걸려 고생하다 12년째 식물인간처럼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 박근혜 씨가 비서를 시켜 생활비 명목으로 100만 원을 보내 온 적이 있는데 집안에 못된 짓을 한 사람이 보내 온 돈을 보니 더 화가 나 돈을 돌려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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