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설관 논란’ 체육인재육성재단 사업예산 0원 운영비만 6억

  • 입력 2007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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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올해 1월에 설립한 체육인재육성재단(NEST)이 구체적인 올 사업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인건비와 기관운영비 등 6억 원의 예산만 마련해 ‘위인설관(爲人設官·특정인을 위해 필요도 없는 벼슬자리를 새로 마련함)’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부는 육성재단을 출범시키며 “스포츠토토 수익금의 10% 내에서 예산을 편성해 올해 예산으로 200억 원을 확보했고 매년 100억 원 정도의 토토 수익금을 적립해 우수 선수에게 연간 5000만 원 이내의 훈련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육성재단의 주요 사업인 꿈나무 선수 발굴과 스포츠 외교 인력 양성 등이 국민체육진흥법에 명시된 대한체육회 고유 사업과 중복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그 당시 육성재단 초대 이사장에 배종신 전 문화부 차관, 사무총장에 심영섭 전 문화부 체육진흥과장이 선임되면서 ‘문화부 관료 출신들에 대한 자리 만들어 주기 의혹’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육성재단은 대한체육회와의 사업 추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재단 직원 6명에 대한 인건비와 직책수행비, 기관운영비 등으로 올해 예산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본보가 13일 단독 입수한 문화부의 육성재단 2007년 예산안 총액 및 상세 명세 자료에서 밝혀졌다.

▽인건비가 거의 절반인 예산=문화부에 따르면 육성재단의 올해 예산은 6억 원. 이 중 인건비(기본급과 상여금 포함)가 2억6920만9000원으로 전체 예산의 45%를 차지했다.

육성재단의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한 업무추진비는 1090만 원으로 전체 예산의 1.8%에 불과했다. 그나마 유관기관 업무협의 4회에 200만 원, 자문회의 7회에 350만 원, 이사회 4회에 200만 원, 사무실 개소식비 100만 원 등이다.

육성재단 구성원은 배 이사장과 심 사무총장, 팀장과 팀원 등 총 6명. 배 이사장은 무보수 비상임 명예직이어서 월급은 없지만 매달 업무활동비 명목으로 300만 원, 직책수당 20만 원을 받고 있다. 사무총장의 연봉은 8400만 원, 팀장은 5184만 원, 팀원은 2700만∼2800만 원 선.

▽세금 낭비 논란=육성재단이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마련하지 않은 채 전직 문화부 직원 등을 고용해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올해는 사업이 확정되지 않아 6억 원의 예산만 책정했고 그것은 재단운영비다. 경기연맹과 체육회의 의견을 모아 내년부터 100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육성재단과 견해차가 커 7월 이사회에서 육성재단 폐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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