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00]“남과 다르게, 실현 가능한 걸로” 아이디어 전쟁

  • 입력 2007년 6월 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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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주자 공약개발 경쟁 치열

대선주자들이 내놓는 정책 공약을 구체적으로 검증하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가 사회적인 큰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책 개발에 쏟는 대선주자들의 정성과 노력도 남다르다.

어느 정도나 실현 가능성이 있고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느냐가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사로잡는 중요한 변수가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력 대선주자는 물론 군소주자 캠프까지 성공적인 정책공약 개발을 위해 ‘밤낮없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승부”

유력 대선주자들의 정책 개발 과정은 한마디로 ‘전쟁’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정책을 책임지는 자문그룹은 400명이 넘는 매머드급이다. 이들은 ‘한반도 대운하’ ‘대한민국 7·4·7’ 등 굵직한 정책을 이미 내놨지만 여전히 쉴 틈이 없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최소한 한 달에 1개 이상 큰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작은 정책까지 포함하면 매달 2, 3건씩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요한 정책을 끊임없이 발표해 ‘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심겠다는 이 전 시장의 뜻에 따른 것. 이 전 시장은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서 “나의 승부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책 공약 검증에도 적극적이며 자신감을 갖고 있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은 자신이 내놓은 정책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걸고 이를 실행할 리더십이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통령의 정책은 국민의 실생활은 물론 국가의 진로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대선주자들의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 전 대표의 정책자문단은 100명이 넘고 뒤에서 돕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200명 선이라고 한다. 이들이 수시로 정책회의를 가져 정책 초안을 만들어 캠프와 조율한다.

캠프의 유승민 의원은 “국민은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말잔치로 끝나는 허황된 약속인지, 실현 가능한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며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공약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정책공약의 최대 가치를 ‘실현 가능성’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4대 민생 불안 해결’을 위한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면제나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 공공지원 실버타운 건립 등은 모두 차기 정부에서 바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

김주한 공보팀장은 “지난해 100일 민심대장정 과정에서 직접 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기초로 해서 만든,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캠프의 경우 100명 정도의 정책자문단이 손 전 지사와 수시로 의견을 조율하며 정책을 만들고 있다.

○ “우리 공약에도 관심을”

범여권 진영 및 민주노동당의 대선주자들도 국민의 눈길을 끌 만한 정책공약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이 낮아 유력 주자들처럼 외부에 공개할 수 있을 정도의 화려한 정책자문단을 꾸리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어렵게 개발한 공약도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실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달 ‘집값 걱정 없는 나라’라는 주제의 첫 정책발표회를 열고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 헌법 개정 △고위공직자 1가구 1주택 의무화 △상습 부동산 투기 고위공무원 퇴출 등 다소 급진적인 공약을 발표했으나 김 전 의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충돌에 묻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도 북한을 방문하고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정책 내용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범여권 주자들은 결국 한나라당 후보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정책 대결을 벌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평화는 돈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것이나 김 전 의장과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 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도 당원과 노동자들의 표심을 훑기 위한 공약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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