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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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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치용 외국 출장?=대선이 다가오면서 외국을 방문해 주요 인사를 면담하려는 대선주자 캠프의 노력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을 방문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고위 인사를 만나는 것은 ‘국내정치용’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사례에서 보듯 대선주자의 노력이 모두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만나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때 콘돌리자 라이스(사진) 국무장관과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연방정부 장관이 된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을 만났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지난해 11∼12월 미국 방문 당시 힐러리 의원 면담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이 공화당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과의 인연을 통해 민주당 소속인 힐러리 의원을 만나려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은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을 만났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올해 초부터 러시아 방문과 블리디미르 푸틴 대통령 면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 창구 역할을 했던 인사의 개인 사정으로 방문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나기만 하면 뭐하나”=외국 주요 인사를 만나기 위한 각 캠프의 노력도 다양하다.
이 전 시장 측은 “만나려는 인사가 소속된 단체를 통해 접근하는 걸 선호하며, 현지 기업인들의 협조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도에서 압둘 칼람 대통령을 만날 때에는 국내 모 대학 교수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주요 외국 인사들과 많이 만난 박 전 대표는 당 대표를 지내며 해외 네트워크를 잘 구축했고 고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 전 의장 측은 “미국 외교안보통과 만날 때 정 전 의장이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최근 만나 5시간 가까이 이야기한 북한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외교전문가들은 “주요 국가의 고위 인사일수록 ‘개인 채널’보다는 ‘당신이 왜 나를 만나야 하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권주자들의 외국행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 외교전문가는 “미국은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한다. 내용도 없이 만나기만 하면 뭐하나”라고 꼬집었다.
당의장 시절부터 외국을 방문하지 않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은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반복하기 위해 과시적인 해외 출장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추진 중인 외국 출장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후보 시절 대선 주자들의 외국행을 비꼬며 “(나는) 사진이나 찍으러 미국에 가지는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주요 대선주자들의 최근 외국 방문 사례 | |||
| 주자 | 방문국 | 일정 | 주요 면담 인사 |
| 이명박 | 인도, 두바이 | 2007년 4월 9∼15일 |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막툼 두바이 수장 |
| 박근혜 | 미국 | 2007년 2월 11∼19일 |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일레인 차오 노동장관 |
| 정동영 | 중국 | 2006년 12월 4∼6일 | 탕자쉬안 외교담당 국무위원다이빙궈 외교부 상무부부장 |
|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사 퇴임(2006년 6월) 이후, 김근태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 퇴임(2006년 1월) 이후 외국을 방문한 사례가 없음. | |||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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