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직개편 소폭… "아니, 당 쇄신한다더니?"

  • 입력 2007년 5월 17일 1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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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17일 인사 결과가 발표되자 당내의 비판과 반발이 강하게 터져 나왔다. 이날 당직 인사가 '면피용', '형식적' 인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인사는 재보선 참패에 대한 사실상의 '문책성 인사' 성격을 띠고 있지만 당초 예고와 달리 당직개편이 소폭에 그쳤기 때문이다.

강재섭 대표는 4·25 재보선 참패 이후 수차례의 사퇴 위기를 넘기면서 '당 혁신'과 '새 각오'를 여러 차례 힘주어 말해왔다.

경선규칙 논란의 와중에서 대표 및 의원직 사퇴 위기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다음 날인 15일 강 대표는 "지도부가 심기일전해 약속했던 당의 혁신과 여러 일들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그러나 17일 사실상 그의 당 쇄신 첫 작품인 당직인사의 '뚜껑'이 열리자 안팎에서는 실망을 금치 못한다는 반응들이다.

인사 내용이 재보선 선거 사무를 총괄했던 사무총장 유임, 전략과 홍보 파트의 본부장 2명과 사무부총장 2명을 교체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당 주변에서는 '당직 개편'이라기보다는 '당직자 일부 교체' 수준이었고, 중립 성향 인사로 채우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은 박계동 의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홍보기획본부장에 재임명된 김학송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이른바 '친이', '친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김학송 의원은 홍보기획본부장직을 수행하다 지난해 9월 '군부대 골프사건'에 휘말려 당 윤리위에서 경고 조치를 받고 낙마한 인사다.

이에 대해 강 대표측은 중립성향 의원들이 워낙 적은데다, 양대 주자를 따르는 의원들이 캠프에서의 역할에만 관심을 갖고 당직은 신경 쓰지 않는 바람에 인사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며 인선 과정에서의 고민을 토로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재·보선 실패는 황 총장 혼자 책임질 일이 아니고, 재선과 삼선 의원들이 모두 사무총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인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계동 전략기획본부장에 대해선 "전략마인드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당의 각종 기획과 행사에서 많은 책임을 맡고 있었다"고 했다.

김학송 홍보기획본부장 인선은 "치밀한 면을 높이 샀다"면서 "다만 지난번 불미스런 일로 물러난 부분이 있으나 현재 경선국면에서 일을 잘하는 분을 모셔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인선의 기준이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 대표의 핵심 측근은 "7월 중순 원내대표단 인사가 예정돼 있어 어차피 그때 중간당직자 인사를 함께 해야 하고, 8월 중순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면 선대위에서 또 인사가 있는 만큼 이번 당직개편은 소폭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사 결과가 발표되자 당내의 비판과 반발이 강하게 터져 나왔다.

중립성향 소장파인 정문헌 의원은 "당 개혁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인사"라며 "대표 본인도 `과태료 대납사건' 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당직 개편을 한 것은 한 마디로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도 "강 대표가 한 고비를 넘겼다고 벌써 안이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도체제가 안정되면 사퇴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쳐왔던 권영세 최고위원은 조만간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사퇴할 것임을 주변에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최고위원은 "시기를 봐서 (사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변인직에서 물러나 홍보기획 부본부장에 임명된 유기준 의원도 "지역으로 내려가겠다"며 부본부장직 고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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