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 영… 여권주자, 孫잡기 거부감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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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향? 손학규 전 경기지사(왼쪽)가 22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근의 한 찻집에서 김지하 시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훈구  기자
같은 방향?
손학규 전 경기지사(왼쪽)가 22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근의 한 찻집에서 김지하 시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훈구 기자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한나라당에서 십수 년 동안 지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 분이 진보개혁진영의 대권후보가 된다는 것은 오산이고 실패카드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22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 지사는 범여권 후보가 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범여권 내에서도 14년 동안 정책과 노선이 다른 한나라당에 있었던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손 전 지사와 경기고 동기인 김근태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손 전 지사와 역사적, 정책적 차이를 넘어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 토론하고 논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김한길 염동연 의원 등도 손 전 지사가 범여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마뜩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시절 보였던 이념노선과 추진했던 정책 중에는 여권과 어울릴 수 없는 것이 적지 않다.

▽친(親)기업 성향이 가장 큰 차이=손 전 지사와 여권의 가장 큰 차이는 기업관이다. 손 전 지사는 일관되게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해 시장자유주의적인 경제관을 피력해 왔다. 그는 수도권 공장총량제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도 즉각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

이에 반해 김근태, 천정배 의원 등은 재벌의 투명성과 균형발전을 이유로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수도권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안 중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보는 시각이 확실히 대비된다.

손 전 지사는 “FTA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아세안 유럽연합(EU) 등과도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타결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김근태, 천정배 의원은 “이제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며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손 전 지사가 5대 국가체질개선 방향 중 하나로 지정한 ‘작은 정부 구현’도 노무현 정부와 범여권의 ‘작은 정부가 최선이 아니다’라는 생각과 차이가 난다.

▽박정희에 우호적, 과거사 정리 이견=손 전 지사는 운동권 출신이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의견을 피력해 왔다. 그는 2005년 10월 박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면서 “이 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박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겸손한 자세로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을 ‘군사독재정권’이라며 비난하는 열린우리당과는 다른 태도다.

손 전 지사는 과거사 정리 문제에 대해서도 “이제는 과거의 잘잘못만을 따지고 국민을 분열시킬 것이 아니라 화합과 통합을 통해 미래로 나가야 한다”고 말해 열린우리당과는 상반된 의견을 보여 왔다.

▽‘햇볕정책 계승’이 연결고리=열린우리당 내 많은 의원은 손 전 지사가 지난달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은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정책”이라고 말한 이후 손 전 지사의 탈당 가능성을 점쳐 왔다.

‘햇볕정책’은 범여권이 한나라당과 대립 전선을 구축해 통합의 연결고리로 사용할 핵심정책이기 때문. 이 외에 손 전 지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찬성과 국가보안법 대체 입법 등에서 범여권과 비슷한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孫 만난 김지하 “한나라서 개혁하랬더니 덜컥…”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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