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 의혹 '평검사' 문책된 권태호 검사장, 지상청문회 요청

  • 입력 2007년 2월 25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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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사건에 대한 내사 중단 압력 의혹으로 2차례 감찰을 받은 후 23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평검사로 강등된 권태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사시 19회·검사장급)이 25일 결백을 주장하며 자신에 대한 '청문회'를 언론에 요청하고 나섰다.

현직 검사장이 평검사로 강등된 것도 흔치 않은 일이고 검사가 문책성 인사에 대해 재직 중 정면 반발하고 나선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권 전 부장은 안산지청 차장 재직 시절인 2001년 삼주산업 김흥주(구속 수감 중) 대표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대검찰청의 내사가 진행 될 때 대검 수사관에게 내사 중단 압력을 했다는 의혹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권 전 부장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오늘부터 나는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김흥주 사건 배후 인물, 또는 검찰 감싸기의 대표적 사안'으로 부각됐던 것에 대해 저 자신의 특별청문회를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권 전 부장은 언론이 자신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 질문을 하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지상(紙上)청문회에 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사장까지 오른 사람이 특정인의 하수인 역할을 할 정도로 부패했다면 검찰과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는 아무런 감춤 없이 벌거벗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 전 부장은 "내가 (수사관에게) 전화를 해서 해당 사건에 실제 반영된 결과가 무엇이며 이 결과가 나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언론이) 적극적으로 밝혀주시길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 대한 청문회를 통해 잘못된 점이 새롭게 밝혀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신을 하겠다"며 "그러나 나의 억울한 점이 있다면 명예 회복이 될 때까지, 아니 정년을 맞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법무부는 2004년 1차 감찰을 통해 당시 춘천지검장이었던 권 전 부장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좌천시켰으며, 지난해 말 '김흥주 사건'이 다시 불거진 후 재차 감찰을 벌여 이번 인사에서 권 전 부장을 서울고검 검사로 강등시켰다.

권 전 부장은 "인사권자의 인사 명령에 따라 새 보직에 부임할 예정"이라며 자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앞서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20일 "K 검사장이 김흥주 씨가 중심이 된 사적 모임인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들의 모임'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대검 직원에게 김 씨 사건 관련 청탁을 하는 등 검찰 간부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감찰위원회는 "검찰 공무원의 공정성과 청렴성, 도덕성을 제고하고 검사의 행동기준을 정립한다는 차원에서 K 검사장의 품위손상 행위는 비록 징계시효는 완성됐어도 검사 평가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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