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HEU보유’…北 2002년 “더 한것도 가능” 간접 시사

  • 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북한은 4월 13일이 기한인 핵 프로그램 신고 때 고농축우라늄(HEU) 핵무기 프로그램 문제를 포함시킬까.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면서 여러 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20일 “HEU 문제가 베이징(北京) 합의 2단계 국면에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며 “북한이 HEU 문제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6자회담이 순항할지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가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확신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미 정부 전현직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했다.

▽“강석주는 분명 인정했다”=미 행정부는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002년 10월 4일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 일행에게 “그(HEU 프로그램)보다 더한 것도 가질 수 있다”며 존재 자체를 간접 시인했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북한은 1개월가량의 침묵기를 거친 뒤 “시인한 바 없다”며 일관되게 부인해 왔고 한국과 미국 일각에서도 통역 오류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데이비드 스트로보 국무부 한국과장은 본보 기자와 만나 “강 부상의 얘기가 놀라워 다들 회담장 밖으로 나와서 서로 들은 내용을 재확인할 정도였다”며 “분명히 (간접) 시인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HEU 정보의 소스는 한국”=한국 정부는 지난 4년간 이 문제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고, 여권의 일부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미국이 제기한 HEU 프로그램 의혹이 허구일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미국의 북핵 사태 촉발 책임론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최근 “북한의 HEU 야망을 처음 인지한 것은 김대중 정부”라고 말했다. 즉 한국 정보기관이 2002년 여름 이전 시점에 인적정보(휴민트) 채널을 통해 HEU 정보를 입수한 뒤 미 정부에 알려줬고, 미국은 자체 정보망을 가동해 확신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파키스탄발(發) 움직일 수 없는 정보들=한승주 전 주미대사는 2004년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밀거래 조직을 조사한 파키스탄 정부 보고서를 읽어본 사람은 북한의 HEU 프로그램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지난해 출간한 회고록에서 “칸 박사가 1990년대 이후 북한에 20여 개의 우라늄 농축용 P-1, P-2 원심분리기를 넘겼다”고 증언했다. 현재 가택연금 중인 칸 박사는 북한을 13차례나 방문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및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들도 북한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원심분리기용 부품인 고강도 알루미늄관 150t 등 크고 작은 정보를 계속 담아 왔다. 미 행정부는 칸 박사의 핵기술 확산 네트워크 적발 및 차단을 정보 당국들이 지난 몇 년간 이룬 최대 업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미국 전문가들도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선 직렬로 연결된 원심분리기 수천 개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HEU 프로그램이 원심분리기 20여 개 수준의 초보 단계에 불과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20일 “미 행정부가 대기 중 검출 물질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 핵실험은 플루토늄탄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HEU 프로그램이 어떤 수준까지 진행됐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정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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