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사퇴할 때까지 투쟁” vs “팬클럽서 한 일 아닐것”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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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 정두언 의원(가운데)이 19일 서울 종로구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팬클럽 회원들이 만들어 보내온 이 전 시장의 캐릭터를 설명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 정두언 의원(가운데)이 19일 서울 종로구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팬클럽 회원들이 만들어 보내온 이 전 시장의 캐릭터를 설명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8박 9일 동안 미국을 방문하고 19일 귀국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오른쪽)가 인천공항에서 당내 후보 검증 공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8박 9일 동안 미국을 방문하고 19일 귀국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오른쪽)가 인천공항에서 당내 후보 검증 공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가세한 ‘검증 공방’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총동원령, 김유찬 씨의 2차 기자회견 예고 압박 등으로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은 겉으로는 ‘무대응’ 전략을 펴고 있지만 반전의 기회를 엿보며 반격 태세를 갖추고 있어 양 진영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박 전 대표 측은 ‘검증’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정인봉 변호사의 문제 제기에 대한 ‘박 전 대표 책임론’ 언급에 대한 이 전 시장 측 책임 추궁을 동시에 펴고 있다.

우선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의 비서관을 지낸 김유찬 씨의 ‘해외도피 자금 제공설’ 등의 주장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을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는 19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검증 여부는) 당이 선택할 일”이라면서도 “(검증하지 않을 경우) 국민은 사실을 잘 모르게 된다. 내용이 하찮은 것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고 말했다.

측근들도 가세했다. 최경환 의원은 “김 씨가 폭로한 내용은 새로운 것인 만큼 당 검증위원회에서 규명해야 한다”며 “당이 김 씨를 부르고 대질신문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위증교사 혐의는 범인 도피죄보다 훨씬 죄질이 나쁜 것으로 당이 나서 진실 여부를 검증하지 않을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사모도 나섰다. 박사모 회장 ‘나라사랑’ 명의로 ‘2007년 2월 16일 21시 40분을 기해 박사모 초긴급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총동원령을 발동한다’는 내용의 e메일이 전체 회원들에게 일제히 발송됐다.

‘박사모 총동원령 발동’이란 제목의 이 e메일은 김 씨가 제기한 주장을 모두 열거한 뒤 “이런 후안무치하고 패륜적인 후보가 사퇴할 때까지 투쟁할 것을 공표한다”며 “1차 투쟁에 한 분도 빠짐없이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이 e메일은 “(김 씨의 주장에 대한) 해당 기사가 (인터넷상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모든 기사를 각종 사이트에 퍼 날라 전 국민이 이러한 진실을 알 때까지 온라인으로 투쟁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렸다.

김 씨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시장 측이 공판 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하도록 교사하면서 그 대가로 1억2500만 원을 줬고, 이 전 시장이 자신에게 ‘제3자 화법’을 통해 살해 위협까지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내 갈 길 가겠다”=이 전 시장은 ‘검증 공방’에서 한발 물러나 있으면서 정책과 경제 챙기기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한강 난간에서 몇 번이나 물살을 들여다보고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형준 의원은 “이 전 시장은 ‘나의 길을 묵묵히 가겠다’고 생각한다. 검증은 당 검증위에서 알아서 할 일로 후보나 캠프가 개입하면 정치 저질화에 일조하는 꼴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편한 심기는 이 전 시장 진영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에 대해 “설 연휴를 편안하게 보내고 있는 국민을 정치 지도자가 실망시켜서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김 씨의 주장에 대해 정 의원은 “선거 때마다 저렇게 돌아다니며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 씨는 배신과 폭로 협박 공갈로 점철된 인물로 그의 행동은 ‘김대업 수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김 씨의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진수희 의원은 “김 씨가 정 변호사를 만났다고 했는데 정 변호사가 캠프 법률특보 직함을 달고 문제의 인물을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이번 사건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사모의 총동원령에 대해 이 전 시장의 팬클럽 모임인 ‘엠비(MB) 연대’의 백두원 사무국장은 “이것은 팬클럽 수준에서 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엠비연대 차원에서는 정치 공방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의 한 측근은 “이런 것이 조직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이 아니냐”고 발끈하기도 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 검사였던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이날 “이 전 시장에 대한 수사는 잘됐다”면서 “(김 씨가 주장한) 위증 교사 등은 당시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김유찬은 누구

불법자금 폭로 前비서관…지방선거 무소속 출마도

김유찬 씨는 1995년 5월부터 15대 총선 두 달 뒤인 1996년 6월 중순까지 이명박(전 서울시장) 당시 신한국당 의원의 비서관을 지냈다. 김 씨는 비서관 퇴직 직후인 1996년 9월 10일 이 전 시장이 총선 때 6억 원대의 불법 선거자금을 썼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김 씨는 폭로 5일 뒤 이 전 시장 측에서 건넨 1만8000달러를 갖고 홍콩을 경유해 캐나다로 떠났다.

검찰 수사 발표문에 따르면 당시 김 씨는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에게서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실을 폭로하는 대가로 3억 원을 받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김 씨는 교통비 명목 등으로 40여만 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김 씨 본인도 이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1998년 지방선거 때 무소속으로 서울 영등포구청장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는 이 전 시장 재직시절부터 서울시가 토지분양권을 갖고 있던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137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짓는 사업에 입찰을 추진 중인 부동산개발업체 서울IBC의 대표로 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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