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후보검증 黨이 하겠다”…‘네거티브 공방’ 진화 나서

  • 입력 2007년 2월 14일 02시 58분


한나라당 대선주자 간 ‘후보 검증’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당 경선준비기구인 ‘2007 국민승리위원회’가 13일 후보검증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검증위는 국민승리위 소속 위원 15명 중 대선주자 측 대리인 4명을 제외한 11명으로 구성됐다. 검증위원장은 김수한 국민승리위원장이 맡았다.

검증위는 3월 10일까지 활동하며 대선주자와 관련된 의혹과 각 후보 측이 규명을 요구하는 사안을 검증할 방침이다.

검증위는 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도덕성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말했던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특보인 정인봉(사진) 변호사에게서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정 변호사를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정 변호사가 갖고 있다는 자료를 국민승리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강재섭 대표는 “정 변호사가 자의적으로 나서서 마치 무엇인가 있는 듯이 말하는 건 음해처럼 보인다”며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당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이를 어기고 분란과 오해를 일으키고 당의 분열을 만드는 것 자체가 해당(害黨) 행위”라며 “15일 윤리위 전체회의 논의를 통해 징계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윤리위원 가운데 일부가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돕고 있어 윤리위의 결정에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특정 후보와 연관된 위원들은 스스로 물러나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리위원 중에는 이 전 시장의 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과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이 포함돼 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이석연 변호사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정 변호사의 검증 공세에 대해 “설 명절 전에 그런 이야기를 퍼뜨리고 싶었나 본데…”라며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가”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무것도 없으면서 마치 무엇이 있는 것처럼 흘리고 있는데 아주 비열한 정치공작으로 김대업보다 더 저질”이라며 “정 변호사를 출당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정 변호사의 돌출 행동은 우리도 못마땅하다”면서도 “정 변호사가 폭로를 한 것도 아닌데 무슨 윤리를 어떻게 위반한 건지, 또 다른 사례들과의 형평성에는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1996년 15대 총선 때 서울 종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이 전 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1998년 이 전 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사퇴하자 지역구를 물려받기도 했다. 지난해 이 전 시장의 ‘황제 테니스’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이 전 시장의 방어에 앞장섰다. 그러나 지난해 7·26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 송파갑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가 선거법 위반 사실이 문제가 돼 공천이 취소되는 과정에 이 전 시장의 측근 의원이 관여했다고 보고, 이후 이 전 시장 측과 사이가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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