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성 “코미디 마빡이…우리나라 정치인의 자화상”

  • 입력 2007년 2월 12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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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은 12일 당내 대권주자간의 검증공방을 코미디 ‘마빡이’에 비유해 비판했다.

그는 이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난해 연말까지 마빡이가 뭔지 몰랐다. 그런 나에게 아들 녀석이 꼭 한번 봐야 한다고 해 억지로 봤다”고 운을 뗀 뒤 “코미디언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머리를 치며 지쳐 가다가 급기야 바닥을 뒹굴며 절규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정치인의 자화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은 여당대로 자신의 이마가 아닌 상대 진영의 이마를 치며 지쳐가고 있고, 야당은 야당대로 대선 후보를 둘러싸고 상대방의 이마를 치지 못해 안달이 난 형국”이라며 “자신의 이마를 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마를 치는 것만 빼면 똑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마빡이에 대해 모 교수는 ‘불평등 구조에 대한 조롱’이라고 하고, 모 기자는 ‘단순성과 자학성은 복잡함을 싫어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니겠느냐고 묻기도 한다”며 “그러나 가학적인 정치 마빡이가 계속될 경우 이마가 빨개지고 몸이 힘든 것으로 끝나지 않고, 나라를 어지럽히고 국민을 힘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빡이는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끝나지만 ‘마빡이 정치’는 국민들의 눈에 피눈물이 나야 끝날지도 모른다”며 “‘우리 정치는 이게 다여’ 라며 상대방의 이마를 갈수록 세게 때리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은 뭐라고 하겠느냐”고 한탄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다음은 이윤성 의원 글 전문.

마빡이 열풍이다.

단순히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서가 아니라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되고, 온 국민들이 참여해서 새로운 마빡이 동작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가 하면, 지난 2월에는 여의도 공원에서 전국 마빡이 대회까지 열리기에 이르렀고 기업체는 소위 마빡이 마케팅을 시작하고 있다.

이 정도이고 보면 마빡이가 자신의 이마를 쉴 틈 없이 치면서 괴로워하고, 서서히 지쳐가는 동작에 우리 사회가 빨려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 유행이 얼마나 갈지 알 수는 없으나 최소한 지난해 마빡이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는 아니 앞으로 얼마간은 마빡이 인기가 지속될 듯하다.

사실 난 지난해 연말까지 마빡이가 뭔지 몰랐다. 그런 나에게 아들 녀석이 꼭 한번 봐야 한다며 하여 억지로 보았는데 처음엔 멍멍할 뿐이었다.

마빡이가 등장해서 사정없이 이마를 치기 시작하고, 조금 있다가 얼빡이, 그리고 대빡이가 차례로 나와서 화면상으로도 이마가 붉어지는 것이 보일 정도로 이마를 치고, 마지막으로 갈빡이가 나와서 얄미운 모습으로 정리를 할 쯤 되면 이마를 치고 있던 마빡이는 바닥을 기어다닐 정도로 힘들어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면서 그 개그맨들이 하는 말 ‘우리 코너는 분석할게 없어, 이게 다여~’

이러한 마빡이 인기를 두고 모 교수님은 ‘불평등 구조에 대한 조롱’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고, 모 기자는 ‘단순성과 자학성은 복잡함을 싫어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니겠냐고 묻기도 한다.

마빡이를 처음 보고 나서 아들 녀석이 나에게 ‘아빠 어때?’ 하고 물었을 때 난 ‘언제 웃어야 할지를 모르겠다’며 넘어가고 말았다. 그러나 사실은 속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이 머리를 치며 지쳐 가다가 급기야 바닥을 뒹굴며 절규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정치인의 자화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자신의 이마를 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마를 치는 것만 빼면...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치는 어지러워지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혼란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자신의 이마가 아닌 상대 진영의 이마를 치며 지쳐가고 있고, 야당은 야당대로 대선 후보를 둘러싸고 상대방의 이마를 치지 못해 안달이 난 형국이다.

이러다 보면 지쳐 갈 것이 뻔한 노릇이다. 가학적인 정치 마빡이가 계속될 경우 이마가 빨개지고 몸이 힘든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나라를 어지럽게 하게 국민을 힘들게 만들 뿐이다.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끝날 일이 아니라 국민들의 눈에 피눈물이 나야 끝날지도 모르겠다.

‘우리 개그는 이게 다여’ 라고 말하며 자신의 이마를 치고 있는 개그맨에게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며 환호하고 있다.

‘우리 정치는 이게 다여’ 라고 말하며 상대방의 이마를 갈수록 세게 때리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은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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