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 누구를 위한 ‘헤쳐 모여’인가

  •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6분


열린우리당의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 등 의원 23명이 6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의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 등 의원 23명이 6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 의원 23명이 6일 범여권 세력과의 재결합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집단 탈당한 데 대해 ‘대선용 기획 탈당’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 등 의원 23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래선진한국 건설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중도개혁세력과 함께 통합신당을 창당하는 데 진력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날 집단 탈당으로 열린우리당은 의석이 110석으로 줄어 원내 제2당이 됐고 127석인 한나라당이 제1당으로 부상했다.

대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이 집단 탈당해 사실상 분당 상황이 초래된 것은 헌정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집단 탈당한 의원들은 10일부터 2일간의 워크숍을 열어 ‘세 불리기’ 및 유력인사 영입작업 등 향후 활동방안 등을 논의한 뒤 다음주 중 국회에 교섭단체(20석 이상)로 등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교섭단체로 등록하면 17대 개원 이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중심의 양당 구도로 움직여온 정국이 다당 구도로 변화하는 한편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독주하고 있는 17대 대선구도에도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정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분열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날 탈당한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이름으로는 재집권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탈당해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세력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이은 추가 탈당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 2003년 ‘100년 정당’을 표방하며 창당한 뒤 17대 총선에서 과반을 넘는 152석을 얻어 원내 제1당에 올랐던 열린우리당은 창당 3년여 만에 급속도로 위축되게 됐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이날 지도부 회의에서 “2월 14일 전당대회를 차질 없이 개최해 국민과 더불어 대통합신당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집단 탈당사태로 국민대통합 추진은 물론 당장 개헌 추진, 민생입법 등 국회와 당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당 개헌특위 의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당을 쪼개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탈당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당의 논의에 대해서 반대한 것은 ‘지역당은 안 된다’는 것 딱 한 가지뿐이다”라며 “대통령인 내가 지지를 잃어서 당을 지켜내지 못해 면목이 없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분당사태에 대해 한나라당은 “뺑소니 정당, 기획 탈당”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노동당은 “권력만 좇는 정치낭인”이라고 비난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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