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北 핵동결땐 북-미 수교 추진”

  • 입력 200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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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이틀째 만나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회동에서 김 부상은 힐 차관보에게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北京) 6자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제안에 대한 북한 정권 핵심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을 동결할 경우 대북 에너지 지원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는 등 북한의 핵 폐기에 관한 2005년 9·19 공동선언의 초기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보상 계획을 제안했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한국 정부에 ‘베를린 회동이 상당히 긍정적이고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 왔다”고 전했다. 미국은 구체적인 논의 결과는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베를린 회동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에 비춰 볼 때 이르면 이달 말 6자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힐 차관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부상과) 유용한 대화를 나누었다”며 “6자회담이 이번 달 안에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힐 차관보는 “미국은 북한과 수교를 하고 싶다”고 밝혀 북한이 핵 동결 조치를 취할 경우 북-미 관계정상화를 추진할 의사를 드러냈다.

베를린 회동이 북한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관측이 있다. 북한은 이달 초 미국 뉴욕의 외교채널을 통해 회동을 제안했고 힐 차관보는 17일 베를린의 ‘미국 아카데미’ 주최 행사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문제를 주제로 연설하게 돼 있는 일정에 맞춰 김 부상과 회동하게 됐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분석한 뒤 미국이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론 핵 폐기 의사가 없는데도 미국의 금융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를 우려해 대화를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북한 소식통은 “2005년 9월 미국의 금융제재 후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기피해 북한이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북한이 6자회담 재개 논의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배경에는 금융제재를 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6자회담에서 BDA은행에 동결된 계좌를 먼저 풀어야 핵 동결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BDA은행 계좌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미국은 북한이 원자로 가동 중단 등의 핵 폐기 조치를 이행해 나가는 것에 맞춰 BDA은행에 묶인 북한 자금 2400만 달러 중 일부 합법자금을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은 18일에도 다시 만날 예정이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17일 중동순방을 마치고 베를린에 도착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힐 차관보는 북-미 회동 결과를 라이스 장관에게 보고하고 지침을 받을 것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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