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도 안주면서…‘장군님’ 얘기 사라져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코멘트
“더는 못참아”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가 지난해 8월 공개한 동영상. 탈북자가 직접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 인근에서 찍어온 비디오테이프에는 북한 주민들이 보안원(경찰)과 집단으로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사진 제공 데일리NK
“더는 못참아”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가 지난해 8월 공개한 동영상. 탈북자가 직접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 인근에서 찍어온 비디오테이프에는 북한 주민들이 보안원(경찰)과 집단으로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사진 제공 데일리NK
2007년 북한 주민들의 탈이데올로기 경향은 점점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생활 속에서 장군님이니 강성대국이니 하는 말은 이미 거의 사라졌다. 사상학습은 점점 요식행위로 되는 반면 주민들의 의식은 나날이 자본주의적으로 변해 간다. 오랜 경제난이 만들어 낸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간부들 역시 먹고살기에 바빠 사상교육에 관심을 잃은 지 오래됐다. 그러나 이것이 주민 통제의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민 통제는 바로 간부들의 명줄이다. 통제를 강화해 규율을 어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곧 뇌물이 들어올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간부들은 충성심을 내세운 ‘공사판’을 벌이는가 하면 걸핏하면 이런저런 잘못을 단속해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한다.

가장 큰 피해자는 당연히 아무 힘이 없는 주민들이다.

북한 중급 간부인 최영남(가명·46)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10년 전에는 국가에서 배급을 못 주니 직장에 안 나와도 사정을 봐주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배급도 안 주면서 통제는 점점 더 엄격해진다. 사회가 철면피해지고 뻔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도 그냥 당하지만은 않다. 권력자들에게 반항하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어났다. 지난해 8월 한 탈북자가 북한에 들어가 찍은 동영상에는 주민들이 보안원(경찰)에게 집단적으로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함북 회령에서는 시장을 불법 폐쇄하려는 당국에 맞서 상인들이 집단 항의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쌓여 온 분노가 집단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자연발생적이 아닌 조직적 행동으로 번질지는 미지수다. 올봄 춘궁기 때 식량 부족으로 대량 탈북 사태가 일어날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1990년대 중반까지 북한은 탈북을 엄격히 처벌했지만 탈북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탈북하다 잡혀 와도 몇 달만 강제노동을 시킨다. 일상이 돼 버린 탈북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확 낮아졌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 이후 체제의 긴장이 다시 강화되기 시작했다. 탈북을 시도하면 3년 동안 교화소에 보낸다. 말이 3년이지 이 기간을 굶주리며 교화소에서 버텨 내기는 매우 힘들다.

생존을 위협받는 절박한 동기가 북한 주민들에게 엄습할 때 대량 탈북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년간 배급 없이 단련된 주민들이 기근이 몰아닥친 1990년대처럼 갑자기 굶주림으로 인한 떼죽음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북한 소식통들은 전한다.

주성하 기자 김일성대 졸업·2001년 탈북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