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관객이 외면하면 막 내려야"

  • 입력 2007년 1월 12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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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12일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 필요성을 거듭 주장한 데 대해 "싸움판에 절대 말려들지 않겠다"면서 '외면 전략'을 고수했다.

노 대통령이 개헌 제안 이틀만에 기자회견까지 열어 개헌안 발의의사를 재확인한 것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 4당의 개헌논의 불참과 여론의 비판적 입장을 의식한것이라고 판단하고, 불참 고수방침을 통해 개헌논의의 힘을 빼겠다는 것.

김형오 원내대표는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개헌을 할 적임자도 아니고 지금은 개헌 시기도 아니다"라며 "노 대통령이 벌이고자 하는 싸움판에 결코 말려들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윤석 당 인권위원장은 "노 대통령은 헌법을 위반한 언행으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직무 정지를 당했던 대통령이다. 학생으로 치면 교칙을 위반해 정학당한 학생이고, 사업자로 치면 여러 사업규칙을 위반해 영업정지 당했던 사업자"라면서 "그런 만큼 매우 근신해야 할 입장에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은 음식 맛보듯 실험해보는 권한이 아니라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 계엄권, 비상조치권, 전쟁선포권은 행사되지 않으면 좋을 권한이고, 그런 의미에서 개헌발의권도 마찬가지"라며 "개헌문제에 관해서도 헌법책 한번 더 읽어보고 개헌발의가 국민이 원치않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게 헌법정신에 맞다"고 꼬집었다.

유기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개헌주장은 대통령 자신과 일부 청와대 참모진만을 위한 잔치일 뿐이다. 아무리 유명한 배우가 깜짝쇼를 멋지게 하더라도 관객이 외면하면 그 무대는 막을 내려야 하며 오지 않는 관객을 원망하거나 배우를 그만두겠다는 식의 협박은 안된다"면서 "노 대통령의 개헌 잔치는 이제 끝났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힐난했다.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개헌안을 발의하지 말고 국정에만 전념하라고 했고, 주승용은 (대통령이) 초라해 보이더라고 했다"면서 여권 내부의 틈새 벌리기를 시도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개헌 제안이 정권 연장차원에서 나왔다고 보고 여권의 재집권 음모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은 계속해서 2~3개월 동안 논란이 되는 논쟁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적어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입장을 적극 알리는 것은 융통성을 가지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여권의 `정략적 의도'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심 본부장은 "어제 KBS 9시 뉴스를 보면 한나라당 비난 한 꼭지, 여당 개헌찬성발언 한 꼭지, 이에 비해 한나라당 반응은 3분의 1 꼭지로 밖에 취급되지 않았다. 내용상 심각한 불균형이며 최소한의 형평을 갖추지 못한 보도"라고 비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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