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3인 취재]사리 분명한 ‘준비하는 리더십’ 박근혜

  • 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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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중국 칭다오의 한국 기업인 세정아리안 홍보관 앞에서 젊은 중국 여성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칭다오=국회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중국 칭다오의 한국 기업인 세정아리안 홍보관 앞에서 젊은 중국 여성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칭다오=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 중국 칭다오의 한국 기업 세정악기를 방문해 이 회사가 생산하는 기타로 연주를 시도하고 있다. 칭다오=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 중국 칭다오의 한국 기업 세정악기를 방문해 이 회사가 생산하는 기타로 연주를 시도하고 있다. 칭다오=국회사진기자단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나와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초청 만찬이 열리는 대외연락부로 가기 위해 리무진에 올랐다.

5일간 중국을 방문하고 1일 귀국한 박 전 대표의 지난달 27일 베이징(北京) 일정 중 한 장면이다. 리무진이 움직이자 박 전 대표는 중국 측이 붙여준 통역에게 말을 건다. “내가 이따가 왕자루이 부장에게 중국어로 ○○○라고 인사말을 하려는데, 이렇게 하면 발음이 맞나요?” 박 대표는 준비해 온 중국어 인사말을 통역에게 해 보이며 발음과 어법을 확인하고, 통역이 고쳐 준 대목을 몇 차례 중얼중얼 연습한다.

어디 가나 철저한 사전 준비

만찬장에서 박 전 대표는 원고 없이 중국어로 3분가량 건배사를 했다. 그뿐 아니다.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 등 곳곳에서 박 대표는 중국어 실력을 발휘했다.

중국인 통역은 “발음이 정확했고, 말하는 것보다 듣는 실력이 더 낫더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그가 정작 감탄한 대목은 박 전 대표의 중국어 실력보다 잠깐 이동하는 시간도 허비하지 않고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하는 태도였다.

중국 방문 동안 곳곳에서 박 전 대표의 ‘준비된 능력, 준비하는 태도’가 목격됐다. 29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의 ‘깜짝 조찬’도 통역 없이 영어로 얘기했다고 한다. 30일 칭다오(靑島)의 악기공장에서는 공장 관계자의 권유로 즉석에서 ‘아리랑’을 피아노로 연주했다. 기타도 칠 수 있는데 튜닝이 안 돼 줄만 퉁기는 데 그쳤다며 아쉬워했다.

28일 아침 댜오위타이를 함께 산책하면서 기자들이 ‘언제 중국어를 배웠느냐’고 묻자 박 전 대표는 “정치를 하기 전 교육방송 등을 통해 5년 정도 독학했다.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박근혜의 새로운 모습

이날 산책에서는 ‘중국어로 말하는 박근혜’, ‘피아노 치는 박근혜’ 외에도 ‘내복 입는 박근혜’의 모습이 새로 드러나기도 했다.

베이징의 아침 산책길은 상당히 추웠다. 박 전 대표는 “(추워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며 “저는 겨울에는 내복을 입어요. 내복을 안 입는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해요”라고 말했다. 내복을 입으면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 기자가 “얼마 전 ‘허리 26인치 반’이라고 한 얘기가 많은 여성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하자 박 전 대표는 “결혼해서 아이 낳기 전에는 24인치 정도 되는 것 아니에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자신은 미혼이니 결코 허리가 가는 편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박 전 대표는 28일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청와대에 있을 때 전자 전문가들이 아버지께 와서 전자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전자산업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청운의 뜻을 품고 문과에서 이공계로 바꿨다”고 밝혔다.

새마을운동에 대해 강연한 27일에는 “아버지가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새마을정신을 알릴까 고민했는데 어느 날 아침 샤워를 하고 나오다 넘어져 며칠 정양(靜養)하다가 (새마을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했다”며 숨은 얘기를 들려줬다.

열차페리에 열성

박 전 대표는 방중 기간에 한중일 열차페리 구상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누구를 만나든 열차페리의 효용성과 필요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동의를 구했다.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여행하는 게 어릴 적부터의 오랜 꿈이었다”면서 감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리창춘(李長春)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이에 적극 화답하는 성과도 있었다.

29일에는 옌타이(煙臺)∼다롄(大連) 구간의 열차페리 시험운항 현장을 견학하기 위해 옌타이 항구를 찾았다. 1시간 동안 열차페리에 올라 화물열차 10량이 들고나는 과정을 지켜본 박 전 대표는 항구 관계자들에게 “이것으로 물류비용이 얼마나 줄었느냐”, “실제 운행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냐”고 묻는 등 관심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견학 후 “원자재를 옮겨 실을 필요가 없으니까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절약되겠는가”라며 “중국이 열차페리를 만드는 데 11개월이 걸렸다는데 조선 강국인 우리는 훨씬 단축할 수 있다. 인천항 개보수도 100억 원이면 된다고 한다”고 했다.

열차페리는 내륙에서 항구까지 도착한 열차를 갑판 선로를 통해 통째로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많게는 100량 이상의 열차를 실을 수 있다. 열차페리를 이용하면 일본 도쿄(東京)∼하카타(博多) 항·후쿠오카(福岡) 항∼부산∼인천·평택·군산항∼중국 옌타이·다롄 항∼중앙아시아·유럽 구간을 화물을 옮겨 싣지 않고도 수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측은 5·31지방선거 당시 박 전 대표 피습 사건을 의식해 박 전 대표가 지나는 길의 교통을 완전 통제하는 등 경호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왕자루이 부장은 27일 만찬에서 “한국의 대통령이 되세요”라고 덕담을 건네며 환대했다.

베이징=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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